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FDI)는 213억달러(25조3,000억원)으로 2015년(209억1,000만달러)에 이어 또 최고 금액을 갈아치웠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지난해 FDI 실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외국인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5년 대비 12.4% 증가한 51억3,000만달러로 1962년 이후 55년 만에 누적 금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서비스업 투자도 5.3% 뛴 155억1,000만달러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150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국내에 생산공장 등을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생산단계별로 연결되는 밸류체인(VC) 형성, 신기술 유입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사상 최대 FDI 실적을 이끈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전년보다 196.5% 증가한 74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했다. 정부는 EU 투자 확대를 ‘자유무역협정(FTA) 허브’ 효과로 치켜세웠다. 우리나라는 EU는 물론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거대 시장과 FTA를 맺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거대 시장의 진출기지 차원에서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A가 발효된(2015년 12월) 중국도 지난해 대(對)한국 투자를 3.6%( 20억5,000만달러) 늘렸다. FTA 체결 이후 중국 투자자들이 고급 화장품, 마스크팩, 마리나 항만, 영화 제작 등의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지난해 실제로 국내에 투자된 금액은 얼마일까. 투자가 이뤄진 돈을 도착금액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이 금액은 97억6,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도착액으로 따지면 FDI는 2015년(165억달러) 대비 40.9% 감소했고 2011년(66억5,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대한국 투자 74억달러, 전년보다 196% 늘렸다는 EU는 실제로는 절반 이하인 35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015년(44억5,500만달러)보다 20.3% 감소한 금액이다. 한중 FTA 효과를 봤다던 중국의 도착액은 4억3,200만달러로 전년(17억7,400만달러) 대비 75.7% 줄었다. 도착액 기준으로 미국 투자는 57.7%, 일본은 34.6% 위축됐다.
지난해 제조업 FDI가 51억 달러를 기록해 55년 만에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도착한 금액은 25억7,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9.2% 줄었다. 정부는 도착하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55년 만에 이룬 성과”라며 자화자찬했다. 5.3% 늘었다던 서비스업은 도착액으로 따지면 30.3% 줄었고 6.5% 뛰었다던 그린필드형 투자 역시 15.6% 감소했다.
신고액 213억 달러와 도착액 97억 달러.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금액에 대해 정부는 “인수합병(M&A)형 투자가 62.7% 줄어들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M&A형 투자는 보통 신고와 거의 동시에 자금이 도착한다. M&A형 투자 감소액 55억4,000억달러로 전체(67억4,000만 달러=2015년 160억5,000만달러-2016년 97억6,000만달러)의 82.2%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는 M&A형 FDI가 62억7,400만달러로 신고금액 기준으로도 7.8% 줄었다.
하지만 이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다. 반대로 얘기하면 돈이 국내로 도착 안 했으니 M&A 한다고 신고만 하고 투자를 안 한 셈이다. 또 신고액이 줄었다고 해서 도착액마저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2015년의 경우 외국인들의 M&A형 투자 신고액은 68억달러로 2014년에 비해 14.8% 감소했지만, 실제 들어온 금액은 86억4,800만달러로 59.3% 증가했다.
이 때문에 FDI 실적을 실제 투자된 돈인 도착액 기준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신고금액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며 기준을 손 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외국인투자의 신고금액은 투자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돈이 도착해야 투자한 것”이라며 “신고금액이 선행지표로서 의미는 있지만 신고액이 늘었다고 외국인의 한국투자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