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신속처리' 제동

증인 잠적·불출석 등에 촘촘한 일정 차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들이 잇따라 소환에 불응하며 헌법재판소 신속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증인 잠적과 불출석 등으로 일주일에 2회로 기일을 잡은 헌재의 촘촘한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헌재는 지난 5일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 3명 가운데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심문기일을 오는 19일로 연기했다. 이영선 행정관에 대한 심문도 12일로 늦췄다. 이로써 헌재 심문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적게는 7일, 많게는 12일 가량 지연된 셈이다.

급기야 헌재는 경찰에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소재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추적에 나섰다. 소재를 파악하면 출석요구서를 다시 보낼 예정이지만 출석 연기 신청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심문일정은 1주일 가량 더 연기될 수 있다. 이처럼 탄핵심판 일정이 차질을 빚자 권성동 소추위원은 “앞으로 증인으로 소환된 것을 알면서 불출석하는 경우 공시송달 통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구인장을 발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출석이 예정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특별검사 소환에 거부하고 있는 최씨가 헌재 심문에 출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정 전 비서관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당초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던 입장을 바꿔 최씨측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10일 증인심문에 불참을 통보하면 탄핵심판 일정은 더 지연된다. 헌재는 최씨나 정 전 비서관이 10일 심문에 불참하려 할 경우 송달이 이미 완료된 만큼 강제구인을 검토하고 있다.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도 끝까지 찾지 못하더라도 헌재는 이들의 검찰 수사 자료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공판에서 진술해야 하는 자가 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하지 못하면 진술이 담긴 다른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핵심 증인의 불출석이 오히려 검찰 수사 자료를 헌재가 더 비중있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닌 만큼 이 조항을 준용할지 등은 추후 재판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증인들의 불출석과 별개로 탄핵 심판 5가지 쟁점에 맞춰 차례대로 변론 기일을 잡고 있다. 지난 5일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심문에서 △세월호 참사 대응 부실로 인한 생명권 보장과 대통령 직무성실 위배 △비선조직에 의한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위배 등의 쟁점을 살펴본데 이어 오는 12일에는 세계일보 조한규 전 사장과 조현일 기자, 유희인 전 대통령 위기관리비서관(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심문할 계획이다. 5개 쟁점 가운데 언론의 자유 침해와 세월호 대응 부실 부분에 해당한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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