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 팽목항 가보니]"얼마나 기다려야 남은 9명 다 찾나" 4·16에 시간 멈춘 유족들

"하루라도 빨리 인양 시신 수습을"
미수습자 9명 가족 하염없는 눈물
'귀환 바램' 노란 리본들만 휘날려
와이어 연결 등 3월 중순 마무리
"상반기 내 수면 올라올 것" 예상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전남 진도 팽목항 난간에 빛바랜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진도=김선덕기자
“내일(9일)이면 세월호 참사 1,000일인데 아직도 바다 속에 9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 미수습자 가족들”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두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8일 팽목항 등대에는 4.16 숫자와 함께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바라는 노란색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이날 팽목항에는 날씨가 흐렸지만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지점과 30㎞ 가량 떨어진 팽목항 방파제 바로 옆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1,000일 동안 머물러 있는 임시 거처와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아산시에서 친척 집에 내려왔다가 팽목항에 들렀다는 김종복(66)씨는 “옛 직장동료 아들이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며 “어렸을 적에 세뱃돈도 주곤 했는데 장례를 치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다. 김씨는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들어올려 시신을 수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날밤 팽목항을 처음 찾았다는 김성준(36)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모르고 찾아온 것과 알고 찾아온 것은 차이가 있지 않겠냐”며 음료수와 과자를 제단 위에 올려 놓았다. 제단 위 노란색 리본 조형물에 적힌 ‘정부가 알아서 수습할 거라고 믿었던 제가 너무 한심스러워요. 죄송합니다. 잊지 않을게요’라는 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임시거처 식당에서 만난 박씨는 “하루라도 빨리 9명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다윤이를 찾을 수 있을지 두려움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이어 “3년이 다 돼가는 요즘 ‘세월호는 인양돼서 올라올 거야, 올라오면 찾을 수 있을 거야’라는 체면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팽목항에서 9일 오후 4시16분 열리는 추모문화제에는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염원하는 뜻에서 노란색 연 9개를 바다 위로 띄우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세월호는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수면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난해 11월 완료될 예정이었던 리프팅 빔(와이어를 연결할 선체 받침대) 설치가 연말인 지난달 26일에 끝났다. 남은 작업은 세월호 선체 아래쪽에 설치한 리프팅 빔에 와이어를 연결해 들어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와이어 연결에 6∼8주 걸리고 추가로 선체 등에 설치된 유실방지망 상태 확인과 선체 주변 미수습자 수색, 인양·운송장비 위치 고정 등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준비작업은 올해 3월 중순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날씨도 관건이다. 선체를 인양할 때 유의파고 1m 이하, 풍속은 초속 10.7m 이하인 상태로 9일 이상 유지돼야 한다. 지난해 3∼6월 이러한 기상조건은 다섯 차례만 나타났다. /진도=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전남 진도 팽목항 난간에 빛바랜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진도=김선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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