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잠룡' 토머스, PGA 왕중왕전 제패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대세' 마쓰야마 3타차로 눌러
올 시즌 첫 2승 수확…통산 3승
절친 스피스 "시작에 불과" 극찬
김시우, 32명 중 30위로 마감

저스틴 토머스(오른쪽)가 9일 PGA 투어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동반 플레이한 마쓰야마 히데키와 인사하고 있다. /카팔루아=AFP연합뉴스


17번홀(파4). 214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홀 1m 안쪽에 멈춰 서는 것을 본 저스틴 토머스(24·미국)는 캐디와 주먹을 맞부딪쳤다. 우승을 확신한 듯한 표정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또 한 명의 영건 기대주가 등장했다. 제이슨 데이(호주), 더스틴 존슨(미국), 조던 스피스(미국) 3강은 물론 ‘일본의 호랑이’ 마쓰야마 히데키의 포효마저 잠재운 토머스가 주인공이다. 토머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플랜테이션 코스(파73·7,452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새해 첫 대회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22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상금은 118만달러(약 14억원). 19언더파의 마쓰야마를 3타 차로 따돌렸다.


토머스는 10대 시절부터 스피스와 ‘절친 유망주’로 불렸으나 프로 데뷔 후에는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PGA 투어 8승을 올린 스피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토머스는 그러나 전년도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만 초청받는 ‘왕중왕전’ 성격의 이번 대회를 제패하며 제대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15년 PGA 투어에 데뷔한 토머스는 그해 11월 CIMB 클래식에서 첫 승을 거두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지만 대회장이 말레이시아여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통산 3승째이자 말레이시아 이외 지역에서는 첫 승을 올린 셈인 토머스는 이제 미국 본토 우승을 노리게 됐다. 지난해 10월 개막한 PGA 투어 2016-2017시즌에 2승을 거둔 것은 토머스가 처음이다.

이날 4라운드 중반 이후 5타 차까지 앞서 간 토머스는 15번홀(파5)에서 더블 보기를 범해 마쓰야마에게 1타 차까지 쫓겼으나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을 예약했다. 마쓰야마가 이 홀에서 3퍼트 보기를 적어 3타 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18번홀(파5)은 둘 다 버디로 마쳤다. 토머스는 이날 더블 보기와 보기가 1개씩 있었지만 버디를 7개나 챙겼다.

세계랭킹 5위 스피스는 마지막 날 보기 없이 8언더파 65타를 몰아치는 뒷심으로 순위를 16계단 끌어올려 16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스피스는 친구 토머스의 우승에 “잠재력이 폭발했다.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어떻게 이 코스를 공략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면서 “그러나 그가 이번주 보여준 경기력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극찬했다. 세계 3위 존슨은 15언더파 공동 6위, 세계 1위 데이는 13언더파 공동 12위로 마쳤다.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5타를 잃어 합계 이븐파로 32명 중 공동 30위에 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PGA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4승을 쓸어담으며 세계 6위까지 올라선 마쓰야마는 우승은 놓쳤지만 다시 한번 우승 경쟁을 펼치며 여전한 위세를 과시했다.

한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향후 남녀통합 대회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가 이 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이크 완 LPGA 투어 커미셔너와 협의 중이며 후원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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