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5원30전 오른 1,208원3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8월17일(16원10전)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민간 부문 임금상승률 지표 영향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9원 오른 1,2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전 거래일보다 0.87% 평가절하한 달러당 6.9262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장 막바지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졌다.
달러당 1,208원에 정유년을 시작한 환율은 지난 5일 1,186원30전까지 떨어졌다가 불과 2거래일 만에 다시 1,208원 선에 복귀할 만큼 출렁거리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달러화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전 101.10이었던 달러인덱스(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12월20일 연중 최고점(103.28)을 찍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을 낮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발표되자 101.52(5일)까지 내려앉았다가 미국 민간 부문의 임금상승률이 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일 다시 102.20으로 반등했다.
달러화 움직임에 위안화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6일 자본유출 우려 탓에 인민은행은 11년 만에 위안화 가치를 가장 큰 폭으로 끌어올렸지만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되레 하락했다. 이후 다시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힘을 받고 있는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수준까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7위안·3조달러가 깨지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수요가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며 “중국 실물경제 위기가 불거졌던 지난해 초만큼은 아니더라도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환율조작국 지정 등 보호무역 조치를 내놓을 경우 원·달러 환율은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중국 정책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트럼프의 무역제재가 현실화하면 위안화 약세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외환시장에도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