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업계의 2015년 매출 총합계는 215조9,000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매출액(2015년 기준 200조6,53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종사자 수는 72만8,000명으로 삼성전자 임직원 수(9만6,898명)의 8배에 달할 정도다. 불과 20년 만에 3만개가 넘는 벤처업체가 태어나 매출액 면에서 또 하나의 삼성전자 역할을 하고 있고 고용 창출 면에서는 삼성전자 8개사의 고용인원을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성과를 내면서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한국 경제에서 빛나는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신발공장과 섬유공장 등 단순 경공업에서 출발한 한국의 중소기업이 불과 50여년 만에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만 놓고 봐도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 없이는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며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지만 사실 중소기업의 역할을 빼놓고서는 국가 경제 성장 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눈부신 조연=국내 중소기업은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냈다. 1970년대만 해도 가정집 대문에 설치하는 초인종과 인터폰이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2010년대에는 인공위성 관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나타나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위상은 달라졌다. 대전에 있는 쎄트렉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유일의 인공위성 수출 기업으로 인공위성 본체와 탑재체·지상체 등 3대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SSTL사, 프랑스의 에어버스D&S사와 함께 인공위성 세계 3대 기업으로 주목을 받을 정도로 전 세계에 한국 중소기업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중소 제조업체 수는 1963년 1만8,073개에서 2014년 12만3,661개로 50년 동안 6.8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고용인 수도 26만6,822명에서 1,402만7,636명으로 무려 53배나 증가했다. 50년 동안 전체 고용인 수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66.3%에서 87.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고용인 비중이 33.7%에서 12.1%로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국가 경제 효자, 벤처기업=특히 한국의 벤처기업은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첨병 역할을 해냈고 현재도 혁신기술을 앞세워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벤처기업 수는 1998년 2,042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말 현재 3만3,137개로 불과 17년 만에 16배나 늘었다. 벤처기업의 수출액도 2000년 48억5,000만달러에서 2016년 11월 기준 160억7,170만달러로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 성장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 이스라엘 벤처업계는 한국 벤처기업을 이끈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을 벤처 지원을 위한 모범적인 국가 정책으로 꼽을 정도다. 이처럼 벤처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자 이웃 나라인 중국도 한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벤처 DNA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한국에서 벤처는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과 달리 아주 짧은 시간에 국가 경제 혁신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며 “2~3%대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가운데 1%를 벤처기업이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벤처 없이는 외환위기 졸업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벤처기업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인터넷 혁명이라고 하는 3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성장 사다리로 한국 경제 주연 도약=앞으로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주연으로 도약해 국가 경제의 체질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성장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경제의 완벽한 조연 역할을 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주연으로 활약하게 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놓아주는 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앞으로도 중소기업으로만 남는다면 그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중소기업의 특성을 살려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수출 활성화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영토 확장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도 “앞으로의 벤처정책은 국내보다는 세계에서 커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며 “실패한 벤처인에게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해 벤처기업가의 도전정신을 북돋워줄 수 있다면 벤처기업의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