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4.0시대] 국민 의식 높아졌는데 리더십은 그대로...한 발짝도 못뗀 경제개혁

당정 조율 과정 없이 남탓만
서비스발전·노동5법 등 표류
"옳은 방향이라면 신념 갖고
반대 의견 끝까지 설득 필요"

‘1,839일’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 12월30일에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제출된 후 먼지가 쌓여 있는 기간(10일 기준)이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제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서비스업 발전이 필요하므로 지원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이지만 의료 민영화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에 막혀 5년 이상 국회에 묶여 있다.


서비스발전법은 국민 의식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리더십은 개발경제시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진척이 없는 대표적인 예다. 반대가 있다면 경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여당과 정부는 야당과 이익단체의 반대를 명분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 사이 실업률은 치솟고 저성장 터널로의 진입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불도저식 리더십을 고집하다 한 발짝도 못 떼고 있는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으로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5법’도 설득과 조율의 과정이 실종된 전형적인 예다. 2015년 9월 노사정은 9·15 대타협을 이끌어냈고 해외에서 ‘벤치마크 대상’이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 합의 내용에 없던 기간제 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이 포함되면서 노동계가 반발했고 결국 지난해 초 합의가 파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9·15 합의문을 보면 큰 틀에서 합의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서로 의논하게 돼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바로 다음날 관련 법안을 발의하다 보니 노동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동개혁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마다 노사정이 수시로 협의하는 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정부여당이 이런 면에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동개혁 5법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483일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 각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지정하고 그 지역에 한해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를 만들 때 14일 안에 규제개혁위원회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의 ‘규제개혁특별법’도 19대 국회 때 발의된 후 20대까지 넘어와 각각 303일, 790일째 계류된 상황이다. 임희정 경기도일자리재단 조사분석팀장(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리더는 옳은 방향이라면 신념을 가지고 반대 의견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