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에 도전한다는 뜻을 밝힌 안희정(왼쪽)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시작 전 주먹을 맞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 지사와 바른정당 소속인 남 지사는 “소속정당은 다르지만 세종시를 완성해 대한민국의 비전을 바로 세우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야 소장파의 핵심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정치·행정수도 이전’을 매개로 정책 공조를 선언하면서 올 대선의 판도를 바꿀 새 변수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이전 자체가 충청 표심을 들썩이게 할 수 있는데다 여야의 50대 소장파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정책 공조가 정치연대로 발전할 경우 세대교체 바람도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남 지사는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 등을 세종시로 완전하게 이전하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현재 상체만 고도비만인 환자와 같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처방은 권력과 부를 분산하는 것”이라며 정책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안·남 지사는 “모든 대선주자들이 이 내용을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약속을 모든 대선주자들이 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두 사람의 정책 공조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야를 대표하는 50대 소장파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둘은 또 1965년생 동갑이다. 여야를 넘어 ‘50대 소장파’들이 정치·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에 손을 잡은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단순 정책 공조로만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기적으로도 다음달 중순에는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본격 출범할 예정이고 오는 12일에는 충청 대망론의 진원지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예정돼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이들 두 사람이 정치·행정수도 이전을 매개로 세대교체론에 불을 댕기려고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30~50대를 중심으로 현재의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피로감 내지 식상함이 일정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두 사람이 이 같은 표심을 읽고 대선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진보·보수진영을 만들자는 깃발을 들고 나오면 대선의 새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광역지자체를 운영하면서 협치와 연정을 하면서 어느 한쪽 진영의 힘만으로 원활한 도정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지난해 말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교류를 시작하며 두 사람은 가까워졌고 각종 정책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수도 이전은 남 지사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안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여야, 진보·보수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협력하고 경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남 지사 측 관계자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동갑내기인 남·안 지사는 예전부터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왔다”며 “여야 대선주자 간의 정책 연대는 정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남 지사는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너무 많이 나가지 말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부에서는 후발 대선주자인 이들이 지지율 상승을 위해 여론의 주목을 끌기 편한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책을 꺼내든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두 사람은 수도 이전이라는 총론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전 방식 등 각론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았다. 남 지사는 “(2004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온 만큼) 개헌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안 지사는 “국회 등의 각 권력기관들이 행정복합도시에 마련되면 수도를 서울이라고 여겨온 관습헌법의 상식도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개헌세력 규합에 안 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도 이전 정책 공조에 나선 반면 안 지사는 충청권 표심과 대선 업적 쌓기용으로 남 지사와의 연대카드를 전격 수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연대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이번 ‘안·남 연대’가 단순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윤석·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