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순 유니젯 대표가 9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회사 본사에서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젯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잉크젯 설비로 생산하면 가격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잉크젯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산 설비를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대만 등으로 수출할 계획입니다.”김석순(사진) 유니젯 대표는 9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 기술이 OLED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OLED 패널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핵심 부품만 살펴보면 가장 아래층에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이, 그 위에는 텔레비전 화면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유기물층이 적층된다. OLED의 핵심소재인 유기물은 산소와 수분에 약하기 때문에 그 위를 밀봉(Encapsulation) 공정으로 보호막을 씌워야 한다. 유니젯은 이 부분을 프린팅할 수 있는 25~40톤 규모의 산업용 잉크젯 설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기존에는 이 밀봉 공정에 유리막이 사용됐는데 유니젯의 장비의 핵심 기술인 박막 봉지(Thin Film Encapsulation) 기술을 적용하면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데다 플렉서블 OLED 패널을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도 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기술인데 유니젯이 2012년 독일 필립스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이 OLED 유기물층을 보호하는 얇은 막은 총 두께가 4마이크론(1mm의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초정밀 기술”이라며 “창업 준비 단계였던 2000년부터 산업용 잉크젯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해 온 기술력 덕분에 일본, 대만, 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젯이 이처럼 핵심 기술 역량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삼성테크윈 출신인 김 대표의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 기술에 대한 오랜 집념과 함께 중소기업으로는 엄청난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는 “1997년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 기술을 처음 접하게 됐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거치면서 이 기술을 양산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대기업에서는 기술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2002년 직접 창업에 나섰고 매년 매출액의 10% 넘는 R&D 투자를 해온 결과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니젯은 아직 OLED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 현재 6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내고 있지만 목표는 수천억원대의 장비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했고 이후 이 규모의 3~5배 2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투자를 받은 기술은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RGB 잉크젯 프린팅 장비다. 현재 투명 박막 봉지 기술은 보호막을 씌우는 역할만 하지만 RGB 프린팅 기술이 개발되면 해상도를 좌우하는 유기물층에도 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색을 내기 위한 기존 방식은 유기물층에 증착기로 가스를 채우는 방식인데 원료의 99%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니 단가가 많이 들지만 잉크젯 기술을 활용해 직접 OLED 잉크를 픽셀에 주입하면 현재 2,700달러 수준의 OLED TV가 1,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게 된다”며 “창업 초기 피처폰 등에 이미 RGB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는 등 관련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OLED 패널로 적용하는 것은 2019년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투명 박막 봉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비만으로도 내년에 500억원 이상의 매출액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수천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