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초기 유방암·폐암 진단 ‘OK’

피 1㎖당 암세포 수 10개 안팎 그쳐도
나노와이어·항체로 ‘수갑’ 채워 검출
국립암센터 조영남·이은숙 박사팀



유방암·폐암 등 고형암 초기 환자를 혈액검사만으로 간단하게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9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조영남·이은숙 박사팀은 자성(磁性)을 띤 나노와이어(두께 200㎚, 길이 20㎛)와 암 특이적 항체를 이용,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 속을 떠도는 극미량의 ‘혈중순환 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 1㎖에는 적혈구가 10억개, 백혈구가 1,000만개쯤 있지만 초기 암환자의 암세포는 기껏해야 10개 안팎 검출될 정도로 극미량에 불과하다. 이 단계의 암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값비싼 검사를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세포 표면 항원과 잘 달라붙는 다섯 종류의 암 특이적 항체를 자성을 띤 나노와이어에 붙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뭇가지 모양의 얇고 긴 나노와이어가 혈액 속 적혈구·백혈구 등 다양한 세포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동안 항체가 암세포에 ‘수갑’을 채우는 식이다. 나노와이어를 자석으로 끄집어낸 뒤 특수염료와 반응시키면 암세포가 있을 경우 3~5분만에 파란색으로 바뀌므로 환자에게 직접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

연구팀이 지난해 41명의 초기 유방암 환자와 16명의 정상인 혈액으로 실험한 결과 환자와 정상인 모두 정확하게 진단됐다. 연구결과는 바이오소재 분야의 국제 저널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실렸다.

연구 책임자인 조 박사는 “새 기술이 CT·기존의 암 바이오마커 등으로 발견하지 못했던 조기 암이나 미세 전이, 암인지 불분명한 종양에 대한 추적관찰, 수술 후 재발 여부 판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방암·폐암·난소암 등 고형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 향후 2~3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혈중 암세포’ 검출기술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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