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간센터의 조성원·조효정(소화기내과), 김보현(영상의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간세포암 진행 위험도 예측 모델’로 지난해 미국 소화기학회와 네이처출판그룹에서 발행하는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관련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아주대병원에서 지난 2005~2013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간경변증 환자들의 간에 새로 생긴 2㎝ 미만 혹이 간세포암으로 진행됐는지 여부와 위험인자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7가지 주요 위험인자를 선별하고 점수화(각 1~42점)했다. 이어 간경변증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B형간염 그룹을 대상으로 고·중·저위험군으로 나눠 위험도를 검증해봤다.
그 결과 고위험군(105점 초과~159점) 혹의 63.1%, 중위험군(60점 초과~105점 이하) 혹의 14.5%가 5년 안에 간세포암으로 진행됐다. 고·중위험군 혹 100개 중 78개가 간세포암으로 진행된 셈이다. 반면 저위험군(60점 이하) 혹은 1%만 간세포암으로 진행됐다.
위험점수는 노인이면, 간에 생긴 혹의 크기가 1㎝를 넘으면, 혈청 알부민 농도가 3.5g/dl 이하이거나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농도가 100ng/㎖ 이상이면 올라간다. 또 B형간염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거나(e항원인 HBeAg 양성) 간세포암에 걸린 이력이 있는 경우 종양 조직은 간 CT 등을 찍을 때 투여하는 조영제를 정상적인 조직보다 빠르게 흡수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도 점수가 올라간다. 특히 혹의 크기, AFP 농도, 간세포암 이력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이 간경변증 환자들에게서 생긴 494개 혹(평균 1.08㎝)의 경과를 살펴본 결과 17%인 84개(평균 1.28㎝)가 간세포암으로 진행됐다. 만성 B형간염 그룹의 혹 373개 중에서도 17%(62개)가 간세포암으로 발전했다. 간세포암 그룹의 평균 혈청 AFP 농도는 115.3ng/㎖로 간세포암으로 진행되지 않은 그룹(18.6ng/㎖)의 6.2배나 됐다. 평균 나이도 간세포암 그룹(58.7세)이 7.1세 많았다.
대부분의 간암은 염증으로 간이 섬유화돼 기능이 떨어진 간경변증이나 만성 B형·C형간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런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혈청 AFP 농도와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경변증 환자의 간에 생긴 혹을 조기 발견해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혹의 크기가 2㎝ 이상이면 발견하기도,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판단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반면 2㎝ 미만이면 복부초음파나 CT·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작은 혹이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조효정 교수는 “예측 모델이 개발됨에 따라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혹은 3개월 단위로 경과 관찰하거나 고주파 바늘(전극)로 찌른 뒤 고열로 태워 제거하는 등 예방적 치료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