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다케다제약은 주당 24달러, 총 52억달러(약 6조2,000억원)에 미국의 항암제 개발업체 ‘아리아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아리아드는 여러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아왔으나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인 다케다의 품에 안겼다.
다케다는 아리아드 인수를 항암 분야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아리아드의 3세대 백혈병 치료제 ‘아이클루식’은 지난해 1억8,000만여달러(약 2,000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폐암 치료 신약 ‘브리가티닙’도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다케다는 두 치료제 모두 향후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
이날 일본의 또 다른 제약사 다이치 산쿄도 빅딜을 성사시켰다. 회사는 미국 바이오벤처 ‘카이트’의 ‘CAR-T’ 치료제에 대해 일본 내 임상·개발·판매 권리를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사들였다. 초기 계약금만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이른다. CAR-T는 차세대 항암면역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약이다. 카이트는 CAR-T를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현재 FDA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다.
일본 제약사는 지난해 말에도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한국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마일스톤(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료)을 포함, 약 5,000억원에 기술 이전 받기도 했다. 세계 제약 시장에서 일본의 공격적인 행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윤선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전문위원은 “일본 제약사는 독자적인 기술과 자국 내수 시장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엔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이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외부에서 유망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제약사들의 글로벌 역량이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할 만큼 성숙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다케다는 2014년 최초로 외국계 사장 크리스토프 웨버를 영입하면서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제약사가 세계 시장에 관심을 높이면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출 기회가 늘어나 긍정적”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일본 회사들도 우리의 경쟁사인 만큼 국내사들도 글로벌 역량을 하루빨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