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민연금이 지난해 4·4분기 중 5% 이상 신규 취득 종목을 포함해 지분 변동을 신고한 136개 종목(4일 발표된 10% 이상 지분변동 제외)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롯데하이마트(071840)·이노션(214320)·쌍용양회(003410)·현대해상(001450)·대원미디어(048910) 등 17개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새로 취득했다.
또 기존 지분이 5% 이상인 상태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수한 종목(신규 취득 제외)은 49개, 지분 일부를 매각한 종목은 70개였다. 국민연금은 전 분기에 이어 지분 일부를 판 종목의 수가 사들인 종목 수를 크게 웃돌며 2개 분기 연속 방어적인 운용 전략을 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4·4분기 주식 투자 운용 전략의 키워드는 ‘대형주’로 요약된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종목을 살펴보면 지난해 4·4분기에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업종들과 대략 일치한다. 국민연금은 4·4분기에 반도체 업황 개선을 바탕으로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보인 IT주를 대거 담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4분기 9조3,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하며 ‘주가 200만원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의 지분율을 8%에서 9.03%로 늘린 데 이어 LG디스플레이(034220) 지분율도 10.23%로 1.06%포인트 확대했다.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SK하이닉스(000660)도 8.11%에서 9.11%로 늘렸다.
철강·화학·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과 금리 인상 전망에 투자 매력이 한층 높아진 은행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국민연금은 세아제강(003030)(8.87%)·세아특수강(019440)(6.02%)을 비롯해 대한유화(9.17%)·롯데케미칼(011170)(9.45%) 등 철강·화학주의 지분율을 종전보다 1~2%포인트씩 늘렸다. 삼성엔지니어링(6.04%)·GS건설(7.61%)·현대건설(000720)(11.25%) 등 건설주와 기업은행(024110)(9.17%)·BNK금융지주(138930)(11.6%)·DGB금융지주(139130)(8.14%) 등 은행 관련 종목의 투자 비중도 확대됐다.
국민연금은 대형주가 속한 업종의 투자를 늘리는 대신 중·소형주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대거 제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콜마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율을 2%포인트 줄이는 등 중국 사드 보복조치 영향권에 든 소비재주를 덜어냈다. 국민연금이 4·4분기에 지분 일부를 줄인 71개 종목 중 코스피 중형주 종목은 35개, 코스피 소형주 종목은 6개, 코스닥 종목은 17개였다. 국민연금이 투자 바구니에서 덜어낸 종목 가운데 약 81.7%가 코스닥을 포함한 중·소형주였던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국민연금이 기금 포트폴리오 안정 차원에서 주식 위탁운용사에 제시한 복제율이 중소형주 지분 매도와 주가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우·박호현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