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딸,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아들의 하루 하루는 어떨까?
삶의 의욕이 없는 남녀, 다른 길에 있던 같은 동지가 우연히 만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로 한다. 바로 조창호 감독의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이야기다. 겨울 한 복판의 쓸쓸함과 소복이 쌓인 눈의 포근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영화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
영화 ‘다른 길이 있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이야기.
사는 게 지옥 같은 이들이 희망을 찾아가는 영화이다. 작품 속에선 ‘얼음’이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조창욱 감독은 어느 겨울 구리시민한강공원에서 경험한 얼음 위 위태로움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뉴스를 통해 들려오던 동반자살 사건 역시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한 조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스쳐가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 절망스러웠고 우울했다” 고 털어놨다.
|
|
영화 속에서는 ‘얼음 숨소리’가 제 3의 배우로 활약한다. 조 감독은 “다 언 것 같지만 얼음이 물결과 작용하면서 얼음 숨소리를 낸다.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실제로 촬영하면서 났던 소리이다”고 밝혔다.
불완전한 두 남녀의 또 다른 길과 삶, 그 시작에 힘을 보태는 장치 역시 얼음 숨소리이다. 감독은 “우연이나 운명이란 말로 두 사람의 여행이 해결되기엔 부족해서 ‘확률’이란 개념을 가지고 왔는데, 최소한 감독의 바람으로 두 주인공이 확률에 의해서라도 완전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에 얼음 숨소리를 영화에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김재욱, 서예지의 서늘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기가 90분 내내 관객의 얼어붙은 마음을 천천히 해빙시킨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김재욱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떠나는 남자 ‘수완’을 연기했다.
|
조창호 감독은 “천 개의 죽음이 있다면 천 개의 사연이 있는 건데, 제 3자가 ‘죽음을 단죄’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며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 이것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라고 영화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18일 개봉을 앞둔 ‘더 킹’과 ‘공조’사이에 ‘다른 길이 있다’. 김재욱 배우는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다른 길이 있다’는 규모만 작을 뿐 절대 작은 영화가 아니다.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여부가 큰 영화를 결정짓는다”고 전했다.
<피터팬의 공식>, <폭풍전야> 등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조창호 감독의 신작 ‘다른 길이 있다’는 2017년 1월 19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