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그 이름 석자. 바로, 천경자.
그 시절 모든 여성이 동경했던 신여성의 선두자였던 그는 1991년 뜻하지 않은 ’요물’이 갑자기 등장하면서부터 안그래도 굴곡진 그의 삶이 저 아래 낭떠러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일명 ‘미인도’다.
미인도의 위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랜 기간 세상을 뒤흔들더니 지난 12월 19일, 검찰의 ‘진품’ 발표로 인해 또다시 미술판이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수많은 ‘썰’들이 난무하고 있는 문제적 그림 ‘미인도’, “제 자식을 애미가 못 알아 볼 리가 있느냐”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긴 채 한을 품고 떠난 천경자 화백, 작가가 진품이 아니라는데 대체 왜 ‘그들’은 진품이라는 주장하는 걸까. 이번 이작가야에선 작정(!)하고 2회분에 걸쳐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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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필기체로 흘겨 쓴 ‘千鏡子’라는 금빛 글씨가 떡하니 붙어있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글자를 못 읽어서(?) 천경자 전시실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웃픈(!) 후문도 들린다. 이번 상설 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미공개 되었던 작품을 중심으로 대략 30여점의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천경자 화백은 주로 여인의 인물상을 즐겨 그렸는데 이는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투영한 것으로 그가 살아 생전 ‘나의 분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40년대 시절, 뭇 여성들의 동경 대상이기도 했던 천경자 화백은 신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빨랐으며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을 보여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도 천 화백만의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거나 보색계열로 끊임없이 덧칠하는 등 독특한 화법을 구사해 한국 수채화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25년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미인도 위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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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하나 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 감정단이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1월 4일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위작으로 판단한 것이다. 참고로 이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어있던 인물화를 찾아낸 것으로 해외토픽 등에서 주목받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지난 9월 19일 입국해 일주일 가량 특수 카메라로 ‘미인도’를 비롯한 천 화백의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임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이 그림의 주인이라고 추정하는 천화백이 눈을 감기 직전까지 강력하게 위작임을 주장했음에도 여전히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참 의문스럽다.
“그림 그리는 나가 아니라 허는데 지들이 머땀시 기어이 맞다는 이유가 머당가?” 미인도 위작 논란이 거세질 쯤 한 중국집에서 지인과 함께 고량주를 마시며 한껏 격앙된 전라도 사투리로 남겼다는 마지막 말, 과연 25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미인도의 진실공방이 2017 정유년엔 밝혀질 수 있을까.
※이작가야 4회에선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과 함께 숨은 이야기들이 계속됩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