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박근혜 지우기?

국방백서에 黃대행 사진 싣고
삼정검에 朴대통령 이름 빠져

국방부가 11일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크게 줄었다. 박 대통령 사진과 성과를 여러 차례 강조한 2014년 국방백서와 대조적이다. 대신 2016 국방백서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진이 두 장 들어갔다. 이전의 국방백서에 총리 사진이 실린 적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황 대행이 ‘군 통수권자’임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사라졌다. 2014년 국방백서에서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대외 군사협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기술돼 있지만 올해 백서에는 이름이 빠졌다.

군은 새로 별을 단 장성들에게 지급하는 장군용 예도(藝刀)인 삼정검(三精劍)에도 올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제외할 방침이다. 군은 국회의 탄핵 의결로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삼정검에 새기는 대신 황교안 권한대행의 이름을 넣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함만 새기기로 결론 내렸다. 군은 장군 진급 신고와 함께 삼정검을 지급했으나 올해에는 어떤 이름을 넣느냐로 고심하는 통에 제작이 늦어져 오는 3월말께나 지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2014년 국방백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의 국방정책 방향과 대통령이 참석한 관련 행사를 기술한 반면 2016년 백서에서는 국방부 장·차관 중심의 국방 외교활동을 주로 반영했을 뿐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방백서 최종판에는 박 대통령의 사진을 넣어 다시 인쇄하겠다”고 밝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시류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혼란기에 군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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