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4.0시대] '톱다운'식보다 자발적으로 천적과 싸우는 '흰개미'식 조직 필요

<4> 창조적 조직문화를 배워라
'시키는 것만 잘하면...' 경직된 조직체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걸맞은 인재 육성 어려워
수평적 구조·실패 용납 '스타트업DNA' 절실



종의 총 무게를 비교해 종족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에 따르면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개체는 흰개미다. 흰개미의 생물량은 인간(약 3억5,000톤)의 30배가 넘는다.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복잡계 연구소는 흰개미의 생존력을 ‘창의적 조직문화’에서 찾았다. 흰개미는 계급이나 명령과는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천적과 싸우고 집에 구멍이 나는 즉시 팀을 꾸려 구멍을 메운다. 이를 통솔하는 최고경영자(CEO) 흰개미조차 없다. 생식능력이 있는 여왕 흰개미는 인간의 관점에서 붙인 명칭에 불과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톱다운 방식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의 경우 권한 위임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창의적 인재가 활보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정착해나가고 있다”며 “흰개미 집단의 자율성이 융통성과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지능이 더 높고 기업조직의 혁신을 고민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례”라고 말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이 기업을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로 내모는 가운데 ‘창의적 조직문화’가 우리 대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경영진이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되는’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과정보다는 결과, 소통보다는 복종을 우선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의·혁신 등의 가치가 뒤로 밀렸다. 최근 해체 수순을 밟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등은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국내 기업문화 전반에 스며든 톱다운 방식의 조직문화가 한계를 맞았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인재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못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인 국내 인재들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상황에까지 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지난 2015년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brain drain)지수’는 10점 만점에 3.98로 10명 중 6명이 다른 나라를 위해 일하러 떠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지수는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4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은 ‘기업 임원이 평가한 노동자 의욕’이 54위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고 ‘직원 교육’은 33위에 그쳤다.

2013년 미국과학재단(NSF)의 조사에서는 미국 내 한인 박사 중 60%가량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재벌 또는 대기업은 거대한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화해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우리나라 대기업도 조직과 기업문화를 재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기는 하다. 국내 기업들은 스타트업 문화 이식 등으로 조직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포하며 비효율적 야근·회의, 직급체계 등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7월 팀장 이상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현대차 워크 스마트 리더십 설명회’를 열어 리더들이 일상 업무에서부터 변화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스타트업 흉내 내기에 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적에 따른 ‘보상과 위협’의 알고리즘에 익숙해진 임직원들이 단순히 직급체계와 유연근무제 등의 소극적 변화만으로 실패할 수 있는 사업에 과감히 손을 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여전히 제조업 등 기존 먹거리 중심으로 짜여 있는 점도 창의적 기업문화와 충돌한다. 스마트폰·자동차·조선·철강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는 효율성이 최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패를 용납하는 문화 등 성과제도 개선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구조를 함께 바꿔나가며 작은 성공 사례를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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