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대표적 조직혁신 사례는 30년 넘게 고수해온 ‘10% 룰’을 지난 2015년 8월 포기한 것이다. 10% 룰은 20세기 경영의 귀재로 불린 잭 웰치가 1981년 GE를 맡으면서 도입한 3등급 상대평가로 상위 20%에게는 성과급과 승진 기회를 제공하고 중위 70%는 격려하며 나머지 10%에게는 퇴출을 권고하는 제도다.
수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한 10% 룰을 GE가 버린 것은 구성원의 지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아이디어 공유나 협업을 막고 단기성과주의, 숫자에 집착하는 문화 등을 만든다는 것이다. 제니스 셈퍼 GE 조직문화혁신팀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 룰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옛날 얘기”라며 “신상필벌 제도는 장기적으로 조직 내 두려움을 촉발하고 사내정치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E는 10% 룰과 ‘연 1회 보상 방식’의 인사 시스템을 버리는 대신 성과개발 제도를 도입했다. 연말 실적만으로 상벌을 주던 기존 방식과 달리 1년 동안 관리자와 직원이 전용 앱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보상·승진·교육훈련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보다 더 자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직원을 평가하지만 ‘해고자’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결과적으로 협업이 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GE는 관리자급의 역할도 새롭게 규정했다. 통상 관리자는 부하 직원에게 명령을 내리고 평가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새 시스템에서는 관리자를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영감을 부여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