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4.0시대]강혜진 "복장·호칭 바꾼다고 혁신 아냐...현장 대응력이 기업 성패 좌우"

■특별인터뷰-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보고·회의·의사결정·인사평가 등
'일하는 방식' 완전히 뜯어고치고
자원배분 우선순위 재조정 통해
사업부 신설·폐지 시스템 구축을
임원·팀장급이 변화 이끄는 리더
'예스'보다 '노'라고 말할수 있어야

강혜진 맥킨지컨설팅 파트너 /권욱기자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방식이 더 이상 안 통하는 것은 알겠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감을 못 잡겠다는 것이지요.”

강혜진(사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성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권위적 리더십에 익숙했던 기업 임원들은 ‘내가 기회를 찾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변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파트너는 지난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100대 기업, 4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직건강도 진단 결과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컨설턴트다. 조사규모도 방대했지만 한국 기업의 건강지수가 55점에 그쳐 글로벌 기업 1,800개 중 하위 25%를 차지한다는 결과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강 파트너는 “조사 이후 주요 기업이 변화를 모색하기는 했는데 복장이나 호칭 변화, 7시 소등 같은 피상적 변화만 나타나 아쉽다”며 “보고·회의·의사결정·인사평가 등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파트너는 “급변하는 환경을 헤드쿼터가 혼자 ‘감지’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직급체계 단순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분산된 의사결정 체계,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기민한 현장 대응력이 필수”라며 “외부에서 정보와 자극을 받아들여 내부 운영을 변화시키는 직통 고속도로 같은 업무 프로세스가 뼈대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들이 별도 조직으로 혁신센터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맥킨지 글로벌 혁신 서베이 결과 혁신센터·신사업팀 등 신규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도 별 성과가 없었다는 비율이 63%나 됐다.

반면 일하는 방식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바꾼’ 기업은 정체된 주력시장에서 신시장으로 재빨리 무게중심을 옮기고 신시장의 속도에 적응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강 파트너는 “구글·듀폰·필립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들 기업은 기업 운영의 핵심 프로세스는 단단히 가져가면서 현장 사업부는 끊임없이 ‘헤쳐모여’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경우 분기실적이 나오는 90일마다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이에 따라 사업부를 없애고 신설한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떠올리면 된다”고 비교하며 “예산의 1%를 배정하고 대박 터뜨리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업마다 ‘변화의 고리’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하며 맥킨지 사례를 소개했다. 맥킨지에는 전 직원에게 ‘반대의견을 말해야 하는 의무(obligation to dissent)’가 있다.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강 파트너는 “업무평가에 반대의견을 말했는지 여부를 반영하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직원은 다소 엉뚱한 내용이라도 반대의견을 내놓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설령 의사결정에 반대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고 전체적 논리는 점점 단단해진다.

‘개인 플레이’ 영역이 커지면서 경영진과 팀장급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그는 “임원의 경우 7~10개 보고라인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주도할 수는 없지만 팀장급은 변화를 재빨리 잡아내는 소통의 핵심에 위치한다”며 “신임 임원과 팀장급이 얼마나 빨리 혁신적으로 인식을 바꾸고 역량을 키우는지가 기업들의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파트너는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 △다양한 정보에서 지식을 창출해내는 시스템적 사고 △다른 사람의 지식을 추출해 협력하게 하는 역량 등 세 가지를 인공지능(AI) 시대에 핵심 사무직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꼽았다. 이런 흐름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시대를 넘어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1990년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통한 재무정보 축적과 분석으로 재무라인이 부상했듯이 앞으로는 인력관리(HR)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가 쌓이면서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She is...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1997년 캘리포니아공과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신경과학대학원 석·박사 △1997~2001년 MIT 연구교수 △2002~2009년 맥킨지 한국사무소 컨설턴트 △2009~2013년 두산그룹 전략 및 변화 프로그램 총괄임원 △2015~2016년 맥킨지 파트너, 맥킨지 아시아지역 조직 및 혁신 부문 공동 리더 △2015~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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