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백령도를 방문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일정이 어긋나 계획이 무산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길을 나섰다. 백령도까지 운항하는 배편은 오전7시50분에 출항하는 하모니플라워호가 있는데 170㎞의 바닷길을 4시간 만에 주파한다.
승선시간이 다 되도록 밖에는 어둠이 가시지 않았는데 여객선은 경적을 한 번 길게 울리더니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바다 풍경이 제법 빨리 뒤편으로 사라져 버리는데도 목적지인 백령도까지 가야 할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다다른 백령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면적으로 따지면 51㎢로 국내에서 여덟 번째로 넓다. 최전방 접전 지역답게 여객선실 안에서부터 해병들이 눈에 띄더니 배에 내리자 곳곳에 병사들과 군용차량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이 같은 풍경에는 백령도의 인구 구성이 한몫한다. 백령도에 거주하는 민간인의 숫자는 5,500명인데 섬에 주둔하는 병사들은 7,000명이 넘는다. 민간인의 숫자보다 주둔하는 병사들의 숫자가 더 많은 섬이다.
민간인의 숫자가 적은 섬이지만 관광자원은 지천이다.
우선 배가 닿은 용기포항에서 차를 타고 가까이에 있는 사곶해변(천연기념물 391호)으로 향했다. 사곶해변은 전 세계에서 두 곳뿐인 규조토 해변으로 백사장이 단단해 자동차 운행은 물론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는 미 공군의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는 활주로로 사용하기도 했다.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해서 평지나 다름없어 밀물 때 바닷물이 차면 수백m를 걸어 들어가도 가슴 높이밖에 안된다.
해변에는 단단한 백사장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여러 대의 차량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조개를 줍고 있다.
다시 차에 올라타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백령도에서 하나뿐인 다리 백령대교가 나오는데 ‘대교(大橋)’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폭이 2차선일 뿐이다. 이 다리를 지나 얼마를 더 가면 콩돌해변에 다다른다. 콩돌해변은 모래 대신 자갈이 깔려 있는 해변으로 길이 2㎞의 긴 해수욕장이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에 쓸려 부대끼는 소리가 청명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에 밀리며 서로 부딪혀 마모된 둥근 모양의 자갈들이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남쪽 순환도로를 따라 중화동에 당도하면 반드시 들러 봐야 할 교회가 있다. 건물이 화려하지도, 신도수가 많지도 않은 이 교회가 유명한 까닭은 1896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이기 때문이다. 이 교회의 기독교역사관에는 한국 기독교에 관한 사료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백령도의 아이콘 두무진포구가 나온다. 이곳이 중요한 까닭은 유람선 관광을 나서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타고 백령도 해안선을 50분간 돌아보는 관광은 백령도여행의 백미다. 북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선대암·형제바위·두무진(頭武津)·코끼리바위가 이어지는데 파도와 바람에 풍화된 모습이 장쾌하고 신비롭다. 명승8호로 지정된 두무진은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배를 타고 지나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글·사진(백령도)=우현석객원기자
광해군이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다는 선대암.
사곶해변은 전 세계에 두 곳밖에 없는 규조토해변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단단하다.
두무진 근처의 형제바위는 수직으로 솟은 비슷한 모양의 바위 두개가 나란히 서 있어 형제바위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