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재산을 생전에는 금융사가 관리하며 고객 본인에게 수익을 지급하다가 사후에는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는 상품이다. 손자에게까지 재산을 넘겨주는 게 가능해 배우자와 직계자녀에게만 상속할 수 있는 유언장보다 적용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또 갑작스러운 사고나 이혼으로 남겨진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공급할 수 있는 미성년후견신탁도 여러 금융사에서 제공하고 있다. 자녀에게 재산을 사전 분할하는 사전증여신탁을 활용하면 신탁에서 발생한 수익과 원금을 자녀에게 지급할 때 연 10%의 증여세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재산관리가 어려운 장애인 자녀에게 안정적인 생활비를 지급하는 장애인특별부양신탁도 있다.
치매신탁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를 비롯한 질병으로 의사판단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상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고객이 금융사에 돈을 맡긴 후 치매가 발병했을 때 후견인에게 치매 치료 및 요양 자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도록 설계하는 신탁이다. 신탁해지 등에 대해서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할 수 있어 후견인의 부정행위로부터 고객의 재산도 보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신탁상품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001720)은 최근 종합자산관리와 자산승계·특별부양·공익기부까지 한 번에 처리해주는 ‘신영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투자자의 자산을 종합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유언대용신탁·가족안심플랜 등의 상속 및 증여 서비스도 한 번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사람에 더해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고객이 사망하면 반려동물(개·고양이)의 새 부양자에게 사전에 맡긴 자금을 지급하는 ‘KB펫신탁’을 출시했다.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부 부장은 “미국과 일본 등 신탁이 발전한 국가에는 고객의 상황과 요구에 맞춤화된 다양한 신탁상품이 일반화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보험금청구권 등으로 신탁자산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 더욱 다양한 신탁상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