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도 모르게 끝나버린 일곱 차례의 ‘최순실 청문회’를 중간 평가 해보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과거 5공 청문회 때의 ‘노무현’보다는 덜하지만 ‘안민석’이라는 스타가 나왔고 검사 출신인 이용주·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막판 ‘케미(호흡)’도 볼만했다. 최순실을 몰랐다며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해온 김기춘으로부터 “이름을 들었을 수는 있다”는 말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문회 막판에야 겨우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호출을 받은 증인들부터 청문회를 우습게 봤다. 지금까지 35명의 증인이 불출석 사유로 무더기 고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청문회 제도의 미비를 지적한 이들도 있지만 과거 5공 청문회를 기억하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야당 내부에서는 ‘국조 위원이 너무 자기 플레이만 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개개인별로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의혹에 접근하기 위해 위원들이 한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을 짜는 팀플레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청문회는 전적으로 각 의원실에서만 이뤄졌다. 같은 당이지만 의원실끼리의 정보 교환이나 협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과거 5공 청문회 때는 동료 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자신의 질의 시간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 의원이 뭔가 조금만 더 파고들면 실체가 드러나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에게 할당된 질의 시간을 해당 의원에게 과감히 준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의혹을 함께 규명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질의 시간을 다른 의원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지역 유권자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당시에는 ‘국민적 의혹 규명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팀플레이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서는 이런 훈훈한 장면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난 것이 수두룩했다. ‘저런 질문을 왜 하는 걸까’ 하는 황당한 질의도 있었고 의혹 규명과는 무관한 질문도 있었다. 증인을 조금만 더 압박하면 실토하겠구나 하는 단계에서도 바통을 이어받은 위원이 전혀 다른 질문을 해버리면서 보는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거나 답답하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골대 앞에서 골을 못 넣는 고질적인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는 청문회 평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상임위별로 기계적으로 국조 위원을 배분하다 보니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기대를 모았던 몇몇 의원들이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코미디 같은 청문회가 됐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압권은 증인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질문을 해놓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질 미달의 위원들이다. 증인이 답변을 하려고 하면 ‘그만 하세요’ 하고 윽박지르거나 위원장이 직권으로 증인에게 답변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퇴장해버린 것은 애교처럼 보인다. 한 증인이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지 못했다’는데도 ‘뭔가 감추려 할 때마다 못 알아들었다고 한다’며 오히려 증인에게 역정을 내는 ‘코미디 같은’ 장면을 보면서 납세자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청문회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