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이나 리스크’에 한국 기업들 발길 돌리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강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차이나 리스크’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1일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성장세인 중동 시장을 공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자는 포석이다.


아모레퍼시픽만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발표한 올해 사업계획에서 충남 서산 공장에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 인증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국내 공장 확대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LG화학과 삼성SDI 역시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배터리를 노골적으로 차별하자 폴란드·헝가리 등 유럽 지역 생산설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 석유화학 제품을 판매 중인 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리에틸렌·폴리염화비닐(PVC) 등 범용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자급률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인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신규 시장 개척에 애쓰는 것이다. 섬유업계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중국을 탈출한 상황이다. 특히 생산거점을 아예 베트남으로 옮기거나 홍콩을 대중 수출의 우회경로로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KOTRA가 10대 수출품목의 지난해 1~9월 실적을 비교해보니 대중 수출은 12.1% 감소했지만 대베트남 수출은 12.2%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서울반도체를 비롯한 중견·중소기업들의 투자도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차이나 리스크 분산 행보가 빨라지고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한국 기업의 실력이면 중국이 아니더라도 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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