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좋은 갯벌은 여전히 좋다 ? 여자만의 겨울’ 편이 전파를 탔다.
■ 여자만의 값진 선물, 자연산 참꼬막과 석화
고흥군 과역면에 위치한 외백마을은 마을 전체가 여자만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이 밀려난 자리에는 드넓은 갯벌이 나타난다. 날이 추워지면서 이곳의 자연산 참꼬막과 석화는 살이 꽉 차 오르고 제철을 맞았다.
여자만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외백마을 사람들은 썰물 때가 되면 하나 둘 갯벌로 나갈 채비를 한다. 바로 자연산 참꼬막과 석화를 채취하기 위해서이다. 자연적으로 종표가 생겨 5,6년 이상 자란 것들만 채취하는 석화와 뻘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는 참꼬막은 외백마을의 보물이자 자랑거리이다.
오래전 해마다 이 마을에서 당산제가 열렸던 탓에 제사상에 올랐던 참꼬막 꼬치와 굴 꼬치, 껍질 채 삶은 석화에서 나오는 국물을 받아 시원하게 만들어 먹는 피굴, 부드러운 고흥 낙지를 통째로 넣어 만든 낙지 팥죽까지. 여자만 갯벌이 선물하는 풍성한 밥상을 만나본다.
■ 너 스스로 잘 살아라! 여자도의 겨울 낙지 밥상
여수시 소라면 섬달천의 선착장에는 하루에 네 번 여자만의 중심, 여자도로 가는 배가 운항한다. 지금은 여객선 덕분에 30분이면 넉넉하게 섬에 도착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여수에서 여자도까지 가려면 5시간이 족히 걸릴 정도로 교통이 불편했다. 때문에 한자로 ‘너 여(汝)’, ‘스스로 자(自)’를 써서 ‘너 혼자 스스로 잘 살라’는 뜻의 ‘여자도’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요즘 여자도는 낙지가 제철을 맞았다. 김옥순씨 부부도 낙지를 잡기 위해 매일 같이 배를 탄다. 81년도에 군산에서 여자도로 시집을 온 옥순씨가 처음 여자도로 오던 날, 4시간이 넘도록 배를 타면서 그녀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남편만 믿고 따라온 낯선 땅에서 그녀는 아들 딸 낳아 길렀고, 어느새 여자도 사람이 됐다. 돌이켜보면 힘든 세월도 있었지만, 이곳 여자도로 시집오길 잘했다는 옥순씨. 부부의 세월이 담긴 여자도의 겨울 낙지 밥상을 함께 나눠본다.
■ 복닥거리던 그 시절, 10남매와 새꼬막
여자만은 전국 꼬막 생산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새꼬막이 많이 잡힌다. 새꼬막은 썰물 때도 뻘이 드러나지 않는 바다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배를 이용한 형망작업이 필수다. 고흥 월정리 왕주마을에 위치한 새꼬막 선별장은 새꼬막 철을 맞아 한껏 부산해 진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청희씨 부부는 새꼬막 철이 되면 이곳 선별장을 직접 찾아 새꼬막을 구한다고 한다. 10남매가 사는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 온 마금순씨에게 새꼬막은 복닥거리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겨울 반찬이다.
아무리 많이 삶아놔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던 새꼬막. 특히 동생들이 좋아하는 막 삶은 새꼬막과 새꼬막장, 새꼬막전과 새꼬막 회무침은 이름만 들어도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혹여 밥그릇이 부족하진 않을까, 노심초사 밥그릇의 수를 세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 곰삭은 맛, 파래김치가 함께 하는 백야도 겨울 밥상
여자만 앞바다에 찬바람이 불면, 여수 화정면 백야마을에는 하루 두 번 초록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 마을 부녀회장 김분희씨는 이맘때면 마을 부녀회원들을 이끌고 파래를 채취하러 갯벌로 나간다. 어릴 때부터 만들어먹던 알싸한 파래김치는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특별히 3년 전 귀촌한 젊은 새댁도 파래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 위해 분희씨를 따라나섰다. 백야도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분희씨. 귀촌한 이웃사촌 민종남씨 부부는 분희씨를 살갑게 따랐고, 분희씨도 종남씨 부부가 백야마을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정을 쌓았다. 덕분에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세 사람.
김분희씨가 남편을 위해 끓이던 갯장어탕, 여자도 앞바다에서 잡은 숭어와 각종 해산물들을 넣어 끓인 숭어 해물 미역국까지 한상에 차려낸 풍성한 밥상. 곰삭은 파래김치의 맛처럼 두 가족의 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 질 것이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