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 고강도 밤샘 조사 '이재용' 귀가는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시간이 넘는 고강도 밤샘 조사를 마치고 13일 오전 7시55분께 귀가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요구에 압박감을 느껴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은 박 대통령과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압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할 때 선처 고려 요소일 뿐,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수뇌부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특검에 나와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으면서 박 대통령의 강한 압력으로 원치 않게 최씨 일가에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지난 2015년 8월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삼성이 보낸 돈은 다른 승마선수들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모두 최씨 가족의 독일 부동산 매입 등 생활비 등에 쓰였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안가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승마 관련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압박해 내부 회의를 열어 경위를 파악하고 최씨 일가 지원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독대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원 규모의 추가 기부를 이 부회장에게 요구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이 부회장과 앞서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은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 장충기 차장 모두 삼성그룹이 강요에 따른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은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 측에 최 씨 일가 지원을 압박한 정황은 있으나 강력한 공포를 느끼게 하거나 협박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보고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삼성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날 삼성그룹 수뇌부와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의혹에 연루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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