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악재·외국인 차익실현...상승세 제동 걸린 반도체주

칭화유니그룹 설비 투자 소식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끄럼
외국인도 2,200억 순매도
"中업체 D램 양산까지 시간 걸려
상승추세 꺾는 변수 안될 것" 분석

200만원대 주가 시대를 눈앞에 둔 삼성전자(005930)가 돌발 악재에 부딪혔다. 1년 만에 주가 5만원의 벽을 깼던 SK하이닉스(000660)도 상승세를 멈추고 주춤하고 있다. 일단 개별 악재들과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매물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 소식은 반도체 현물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일부 주주들이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검토 소식은 삼성전자 주가를 180만원대로 내려앉혔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45%, 0.59%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 주가가 200만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날 187만3,000원으로 내려왔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간신히 5만원선을 지켰다.


반도체주의 주가 하락을 이끈 돌발 악재 중 하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다.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칭화유니그룹이 약 700억달러(82조원) 규모를 투입, 3개 반도체 라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는 D램 등의 공급량을 늘려 간신히 회복한 반도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만큼 반도체주들에는 부담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투자가 200만원대를 바라보는 삼성전자나 5만원 벽을 깬 SK하이닉스의 상승 추세를 꺾는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예고된 악재인데다 칭화유니가 반도체를 양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이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이동한 만큼 중국 업체가 D램을 양산한다 해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국내 반도체 업계 전체로 보면 중국의 설비투자가 국내 중소형 업체에 호재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프라 투자 시기에 국내 반도체 중소형주가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둘러싼 내외부 잡음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80억달러(9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던 전장 업체 하만의 주주들은 최근 삼성전자 인수에 반대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해 인수에 차질이 생겼다. 또한 전날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박근혜 대통령 강요로 지원했다”고 밝혀 뇌물죄 적용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알려진 악재보다 단기적으로 반도체주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급요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9만8,054주, SK하이닉스를 73만9,890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매도 금액이 2,200억원이 넘는 만큼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1,084억원)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반도체주를 제외하고 1,200억원가량 순매수를 보인 셈이다. 결국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반도체주와 시장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았다. 배성영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등 IT주 매도는 스탠스를 바꿨다기보다 돌발악재에 대한 차익실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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