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재가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솔직한 발언처럼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방송 이전까지 육성재의 활약을 기대하던 이는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공유-이동욱’이라는 이름에 상대적으로 포커스가 집중됐기 때문.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제작발표회/사진=지수진 기자
실제 ‘도깨비’ 방송 초반만 해도 분량이 많지 않았을 뿐더러 캐릭터 역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단조롭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육성재는 극중 13대째 도깨비 김신을 모시는 가신(家臣) 집안의 4대 독자이자 재벌 3세인 유덕화 역을 맡았다. 카드에 살고 카드에 죽는 철부지 금수저이자, 감히(?) 저승사자에게 ‘끝방 삼촌’이라고 부르는 천연덕스러움을 가진 캐릭터로 극의 코믹요소를 더했다.그랬던 육성재가 반전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7일 방송된 ‘도깨비’ 12회에서 유덕화의 몸에 신의 빙의되었던 것이 밝혀진 가운데, 육성재는 “늘 듣고 있었다. 기억을 지운 적 없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는 대사와 함께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한 표정연기로 신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윽고 신은 나비가 되어 육성재의 몸을 빠져나갔고, 육성재는 “삼촌들이 왜 여기 있어?”라고 물으며 장난기 넘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날 ‘인간과 신’이라는 존재를 순간의 디테일한 표정으로 넘나드는 육성재의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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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신의 할아버지인 유신우 회장(김성겸 분)의 부고를 접한 뒤 오열하는 육성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물론,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온전히 ‘배우 육성재’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13년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에서 극중 고아라 동생인 쑥쑥이 역할로 연기에 입문한 육성재는 이듬해 tvN ‘아홉수 소년’ 강민구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까지 출연하며 차근차근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하지만, ‘제 2의 서인국’이라고 불리는 등 대표적인 ‘연기돌’로 손꼽혔지만 그동안의 출연작들이 시청률에서는 다소 저조한 성적을 남겼던 것이 사실. 안정적인 연기력에도 대중에게 온전한 배우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강력한 ‘한 방’이 터지지 않았던 것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랬던 그에게 이번 ‘도깨비’는 캐릭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물론 대중에게 ‘육성재’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 육성재는 온라인 조사회사 피앰아이(PMI)가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을 통해 20-5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연기돌’ 설문에서 14.3%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2년 비투비 멤버로 데뷔한 육성재는 스스로를 ‘서서브 보컬’이라고 표현할 만큼 데뷔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랬던 육성재가 평소 ‘육잘또(육성재 잘생긴 또라이)’라는 별명처럼 특유의 ‘비글미’로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제는 탁월한 캐릭터 소화 능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육성재의 2017년 행보에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