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데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계속되자 연봉을 자진 삭감한 임원들에 이어 간부들도 위기경영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13일 각사 대표이사 명의로 메일을 보내 임금을 동결 결정을 전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간부 사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했다. 임금 동결에 포함되는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은 현대차 51개 그룹사의 과장~부장급 3만5,000여명이다. 1월 급여부터 적용되며 예상 기간은 연말까지다. 현대차그룹 임원 1,000여명은 앞서 지난해 10월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했다.
현대차그룹 직원의 임금 동결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앞서 2006년에도 간부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본급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임원 연봉 삭감에 이어 간부 임금 동결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88만대를 팔아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 고착화로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판매 확대를 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판매대수보다 37만대가 늘어난 825만대로 잡았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 현대차 충칭 공장이 준공되면 생산능력이 커지는 데다 10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돌파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내실 강화와 책임 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밝힌 바 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