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자가면역 뇌염' 발병원인 첫 규명

주건·이순태 서울대병원 교수팀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왼쪽)·이순태 교수


일본뇌염 등 ‘바이러스 뇌염’보다 환자가 많지만 진단에 어려움이 많은 ‘자가면역 뇌염’의 일부 발병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진단의 정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건·이순태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자가면역 뇌염의 다수를 차지하는 항LGI1 뇌염과 항NMDA수용체 뇌염 환자군의 사람백혈구항원(HLA)의 유전자형과 3차원 구조를 분석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신경학 분야의 권위지 ‘미국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결과 항LGI1 뇌염 환자의 91%는 HLA 유전자형이 같았다. HLA는 인체에 침입한 세균·바이러스 등을 인식하고 백혈구 등 면역세포가 공격(면역반응)하도록 알려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뇌에 있는 LGI1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 서열이 사람의 체내에서 발견되는 세균인 클라미디아의 것과 같았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HLA가 뇌에 있는 LGI1 단백질을 세균인 줄 알고 공격, 자가면역 뇌염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기존 항체 진단방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항LGI1 뇌염 환자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HLA 유전자형은 한국인의 12%가 갖고 있다. 항NMDA수용체 뇌염 환자들의 유전자형은 다양해서 발병원인이 항LGI1 뇌염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면역 뇌염은 과거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질환’으로 분류됐다가 지난 2012년 국내에 진단기술이 도입된 낯선 질환이다. 의식저하, 뇌전증과 비슷한 경련·발작, 기억력 소실이 주된 증상이며 수일~수주에 걸쳐 나타난다. 손발의 강직, 자율신경 이상, 환각·환청이 생기기도 한다. 항LGI1 뇌염은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고 항NMDA수용체 뇌염은 환자의 80~90%가 여성이다.

자가면역 뇌염은 진단이 쉽지 않다. 원인 항체가 알려진 것만 20여개나 되고 환자의 40%가량은 원인 항체조차 밝혀지지 않아 ‘진단 사각지대’가 넓다. 항LGI1 뇌염의 5~10%, 항NMDA수용체 뇌염의 40%가량에서 종양이 발견되지만 종양과 무관한 경우가 더 많다. 국내에선 서울대병원에서만 원인 항체 검사와 진단이 가능한 실정이다. 의심환자와 실험쥐 등의 뇌·신경세포 항원·항체 반응, 면역조직 화학염색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 진단까지 1주일이 걸린다.

이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는 생물학적 제제인 리툭시맙, 토실리주맙 등으로 치료가 잘 되지만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항NMDA수용체 뇌염은 2년, 항LGI1 뇌염은 3~6개월 정도 걸린다”며 “연간 2,000명가량의 의심환자 샘플을 받아 검사하는데 반 정도는 진단을 내리기 어렵고 검사·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부담이 큰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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