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것은 2008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받은 지 9년만이다./송은석기자
삼성전자가 80억 달러(9조 6,000억원)를 주고 세계 최대 전장(電裝) 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하기로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만의 일부 대주주가 삼성전자에 의한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소액주주들까지 합병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13일 기업간 분쟁 등을 다루는 미국 댈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 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하만의 지분 중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너무 낮다”고 주장했다. 이미 하만의 주요 주주인 한 미국계 헤지펀드도 지난해 12월 인수가격을 이유로 주총에서 찬반 투표 시 인수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합의한 인수 시 주당 거래액은 112달러로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8%, 30일간의 평균 종가보다 37%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하지만 양사 이사회 간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인 하만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총에서 주주 가운데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은 승인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에 합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
하지만 현재 많은 외신과 투자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것이 합병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을 시 경영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낙인까지 더해지면 하만의 주요 주주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홍주환 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