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카지노> 바보야! 지구 온난화도 결국은 '문제는 경제야'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한길사 펴냄
지구온난화 심각성 '글로벌 공감대'
교토의정서 채택 등 해법 내놨지만
자국 산업보호 핑계로 있으나마나
결국 '경제적 실효성'에 발목 잡혀
저자,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등
데이터 앞세워 온난화 위험성 경고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이 사라진다면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며, 물가 폭등으로 인해 실물경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이지만 탄소 배출량 감축 역시 우리가 중국산 제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탄소배출량을 현재의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제한하면 비용은 급등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폐지를, 힐러리의 민주당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사실에서도 우리는 탄소배출을 둘러싼 경제 정책 그 이상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은 ‘탄소세 부과’와 ‘배출량 총량거래제’ 등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 이슈들에 대해 ‘북극곰이 사라지고 있어요’, ‘투발루, 셰이셸, 몰디브 등 아름다운 태평양의 섬들이 사라지고 있어요’라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극단적으로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추이에 따른 지구의 온도 변화 등 데이터를 통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득한다.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인간계와 자연계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인간이 “기후카지노의 중심에 서서 지구온난화라는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농업과 인간의 건강,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1900년부터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률과 이후 탄소배출량을 억제하지 않은 경우, 기온 상승을 2℃ 제한한 경우 야생동식물 종의 생존 가능성을 방대한 통계자료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분석해낸다.

지구 온난화는 누구나 동의하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관련 정책에는 논란이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경제’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011년 12월 캐나다가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했다. 1997년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요 선진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지만, 탄소 배출량 2위인 미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고,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이라서 감축 의무에서 제외됐다. 교토의정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교토의정서 당사국인 캐나다마저 2012년 배출량 6%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해 벌금 140억 달러를 내야 할 상황이 오자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은 결국 경제라는 팩트의 방증인 셈이다.

지구온난화 정책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차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사회복지 확대라는 양당 간 경제정책 차이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저자의 통찰력도 빛난다. 역시 교토의정서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정책의 경제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인 것이다. 저자는 감축비용을 매길 때 소득의 몇 퍼센트가 적정한가, 그것에 따른 효과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탄소 배출량 제한 정책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 데이터로 분석해 제시했다. 2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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