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씨의 #소소한_취미생활] <9>요절한 두 뮤지션

■엘리엇 스미스와 '타입 오 네거티브'의 피터 스틸에 관하여

전 어렸을 때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록음악을 들었습니다. 근처에 비슷한 취향의 친구라곤 하나도 없어서 당시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에서 음악 친구를 찾곤 했었죠(아련…).

본조비로 시작해 메탈리카, 마릴린맨슨, 너바나, 펄잼, 레드핫칠리페퍼스, 드림시어터, 오아시스, 부시 등등의 테이프와 CD를 모으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대 때 듣던 음악을 앞으로도 평생 듣게 될 줄 알았죠. 실제로도 그때 듣던 밴드들 대부분은 지금도 가끔 찾아듣긴 합니다만 새 앨범이 나오면 반드시 듣는 밴드는 몇 안됩니다. 세상엔 좋은 음악이 너무나 많고 취향은 느리게나마 변하더군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하는 음악도 있죠. 마음이 고달플 때 기어들어가서 쉴 수 있게 해 주는 창고 같은 음악들요. 특히 더 이상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없는 뮤지션들이라면, 제 머릿속에 아름다운 박제처럼 남아있게 됩니다.

그렇게 기억되는 뮤지션이 둘 있습니다. 한 명은 엘리엇 스미스. 또 다른 한 명은 밴드 ‘타입 오 네거티브’의 피터 스틸입니다.

엘리엇 스미스
피터 스틸



엘리엇 스미스는 평생 우울한 삶을 살았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양부의 학대에 우울증도 앓았죠. 34세에 자살했습니다. 언뜻 그의 음악은 담담하지만 듣다 보면 너무 큰 괴로움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의 체념이 느껴집니다. 그걸 표현하는 엘리엇 스미스의 목소리는 완벽한 균형점처럼 무심하죠. 그래서인지 전 왠지 들떠있을 때나 센치해지고 싶을 때는 엘리엇 스미스를 못 듣습니다. 한창 신났을 때 누군가 생의 어두운 면을 들이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 중 한 곡, ‘Between the bar’를 띄웁니다. 신나는 토요일 오전에 잠깐 들었더니 마음이 어지러워집니다(…).

두 뮤지션은 저에게 ‘저녁용’ 혹은 ‘흐린날용’인데 주말 대낮부터 들었더니 좀 심란합니다. 고양이들이랑 놀아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