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1%인데 소주 값은 14% 뛰어…서민 잡는 생활물가

지자체들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지난해 소주 가격만 14.2% 올라
영화 등 여가활동 물가도 뛰어

사진=연합뉴스
물가상승률은 1%라지만 국민들이 먹고 자고 쓰는 생활 물가는 최대 10% 넘게 뛰고 있다. 소주는 물론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도 치솟은 데다 공공요금, 영화관람료 등 생활·문화 관련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어서다.

1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쓰레기봉투료는 2015년 평균보다 6.9%, 하수도 요금도 무려 22.2% 올랐다. 실제로 서울시의 자치구들은 지난 1일부터 쓰레기봉투 요금을 440원(20ℓ1장)에서 490원으로 올렸다. 서울시 하수도 요금도 올 들어 평균 10% 뛰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월 4,180원을 냈다면, 올해에는 420원 많은 4,600원을 낸다.

대구도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미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일반 150원, 청소년 80원씩 인상했다. 대구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11년 7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경남도 다음 달부터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을 기존 1,200원(성인 기준)에서 1,400원으로 16.7%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도 같은 달부터 도시철도 요금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경전철 기본요금을 1천200원에서 1천400원으로 16.7% 인상할 예정이다. 경기도 과천·안양·의정부·양주, 동두천·가평 6개 시·군은 이달 상수도 요금을 3.6~18% 올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하지만 지난해 전국 도로통행요금(4.11%), 도시철도요금(6.12%), 시내 버스요금(5.12%) 등 물가 상승률이 4~6%에 이른다. 올해 역시 교통비가 뛰는 셈이다.

뛰는 물가에 소주 한잔, 김밥 한 줄 먹기도 부담스러워졌다. ‘국민 술’인 소주 가격만 지난해 14.3% 뛰었다. 이는 2015년 말과 지난해에 걸쳐 하이트진로, 보해양조 등이 잇따라 소줏값을 인상하자 이를 내놓는 음식점들은 더 큰 폭으로 값을 올려서다. 최근에는 맥주·소주의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되자 주류 값을 더 올리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김밥 가격도 전국 평균 7.2% 정도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에 따르면 서울의 김밥 1인분 평균 가격이 3,400원에서 3,731원으로 9.7%나 올랐다. 이 밖에 갈비탕(6%)과 불고기(5%), 삼겹살(3.4%), 생선회(4.1%), 스테이크(3.8%), 볶음밥(3.9%), 자장면(3.7%), 짬뽕(3.6%) 등 나머지 주요 외식 메뉴도 2015년 평균보다 3~6% 비싸졌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의 최대 6배에 이른다.

보험료도 뛰면서 가계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실손 보험료 인상 영향으로 보험서비스료가 23.5%나 뛰었고 휴대전화기 수리비(9.1%), 가전제품수리비(8.1%), 자동차검사료(9.1%), 스키장이용료(7.7%), 세차료(7.2%) 등도 10% 가까이 급등했다.

집에만 있어도 돈은 더 나간다. 공동주택관리비도 지난해 5.1% 뛰었기 때문이다. 여가와 취미와 관련된 물가 역시 올랐다. 운동경기관람료가 지난해 5.4% 뛰었고 영화관람료(3.5%), 온라인콘텐츠이용료(4.6%), 운동학원비(4.5%), 스키장이용료(7.7%) 등도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생활과 문화, 여가 관련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서 국민들은 소비를 더욱 줄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94.2)가 금융위기 이후(2009년 3월) 7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주 올해 경제성장률을 2.8%에서 2.5%로 하향조정하면서 민간 소비위축을 우려하며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도 1.9%에서 1.8%로 내려 잡았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