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터치 한 번으로 수시입출금식통장의 자금을 한 달간 금리가 더 높은 정기예금에 담아둘 수 있도록 ‘원터치 전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앱의 편리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심성훈(53·사진) K뱅크 은행장은 24시간 365일 은행시대를 여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영업전략과 관련해 ‘편리성’과 ‘디자인’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심 행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K뱅크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고객들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밀기만 하면 요구불예금 가운데 여윳돈을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수시입출금예금의 관리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경우 모바일뱅크라 하더라도 연금리 0.1~0.2% 수준인 수시입출금통장의 자금을 연 1% 초중반대 정기예금으로 옮기려면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 이체해야 한다. K뱅크는 고객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 대신 한 계좌 내에서 여러 상품을 담아둘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수시입출금식통장의 잔액이 300만원가량 있다면 같은 계좌를 유지한 채로 200만원은 3개월간 정기예금에 담아두고 100만원은 수시입출금으로 활용하는 형태다. 이 경우 200만원은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받는 만큼 이자 측면에서 유리하다.
K뱅크는 또 모바일뱅킹 화면에서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새로운 모바일 앱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용객들은 정작 ‘계좌잔액조회’나 ‘계좌이체’ 등 단순한 기능 위주로 활용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심 행장은 “시중은행들이 한 앱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다 보니 앱이 무거워지고 많은 서비스들이 묻히게 된다”며 “필요한 서비스를 쉽게 쓸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을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국내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아 새로 문을 여는 K뱅크는 다음달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좌개설부터 대출까지 영업점 방문 없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다. 계좌개설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분.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는 것보다 평균 20분가량 빠르다. 핀테크 시대에 걸맞은 영업방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중은행과 경쟁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젊은 층은 상당수가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어 K뱅크로 갈아탈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심 행장은 현재 K뱅크의 주요 주주인 GS리테일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행장은 “GS리테일은 전국에 1만500개 편의점을 거느리고 있는데 GS리테일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K뱅크 계좌개설 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며 “또 GS리테일이 보유한 모바일팝포인트도 K뱅크에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편의점 단골이용객은 편리성을 느껴 신규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뱅크의 올해 영업목표는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 여신의 경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신용등급 4~6등급 1,000만명이 주 대상이다. 심 행장은 “사회초년생과 경력단절여성 등 금융거래가 많지 않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게 책정되는데 K뱅크는 통신이용료 납부실적 등을 신용평가에 반영해 신용등급 4~6등급 계층을 더 세분화해 평가할 계획”이라며 “또 대출상환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에게는 시중은행보다 빨리 신용한도를 올려줘 제2금융권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 편의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도 준비하고 있다. 심 행장은 “편의점주들이 개인사업자인 만큼 대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GS리테일과 점주들이 개인정보 이용과 관련해 동의가 이뤄지면 K뱅크에서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업과 펀드·방카슈랑스 판매업 등은 금융당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해 내년부터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심 행장은 “은행 초기에는 기본적인 예·적금과 개인고객 대출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신용카드업과 펀드·방카슈랑스 판매업은 올해부터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나가면 내년에는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별도의 법규체제가 정비돼야 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담아두지 않고 있다. 개인의 경우 신분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전송하면 비대면 인증이 가능하지만 법인은 어떠한 형태가 가능한지 인증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 행장은 “기업들은 이미 기존 거래은행과 관계가 있어 쉽게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또 법규 체계 정비와 여건이 갖춰줘야 가능하기에 아직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K뱅크의 현재 자본금은 2,500억원이다. 이르면 연말께 2,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다룬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어 고민이 크다. K뱅크의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KT지만 KT가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K뱅크의 지분을 8%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KT는 앞으로도 K뱅크의 지분을 최대 10%밖에 보유하지 못하게 돼 K뱅크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심 행장은 “현재 K뱅크의 21개 주주가 보유 지분 그대로 증자에 나선다고 가정한다면 증자 계획을 세우는 데만 1년 넘게 걸리는 등 현실적으로 실행이 쉽지 않고 증자가 늦어지면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34%까지 보유하도록 은산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업계 발전을 위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 행장은 KT에서 대외전략담당·시너지경영실장 등을 거쳐 IT 경영에 잔뼈가 굵은 만큼 K뱅크의 보안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일 계획이다. 심 행장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다 보니 안전성 측면에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며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은 후 자체적으로 모의해킹 테스트까지 해보며 안전성을 높이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데이터정보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외부센터에 보관해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K뱅크는 앞으로 4년 이내 수익 창출이 목표이다. 심 행장은 “K뱅크가 4차혁명과 연관된 미래 트렌드에 적합한 형태의 사업임에는 틀림 없다”며 “비록 출발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미래 트렌드에 확실히 올라타면 크게 성장할 기회가 분명히 올 것으로 본다”고 포부를 다졌다.
/정리=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He is…]
▦ 심성훈 K뱅크 은행장 약력
△1964년 대구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 석사 △1988 KT 입사 △2005~2007 KT 대외전략실 대외전략담당 상무 △2007~2008 KT사업지원실 사업지원담당 상무 △2013~2014 KT시너지경영실장(상무) △2016△ KT이엔지코어 경영기획총괄(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