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좋은 재료, 더 맛있는 피자'가 파파존스의 원칙"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과의 쫀득하고 감칠맛 나는 피자 이야기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피자는 미국을 거쳐 세계화된 요리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전파되기 시작해 이제는 온 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피자 시장에서 ‘빅4’ 브랜드로 유명한 ‘파파존스’를 이끄는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을 만나 쫀득하고 감칠맛 나는 피자 이야기를 나눴다.

“파파존스 피자를 처음 먹어본 순간 그 맛에 반해버렸습니다. 쫄깃한 도우(Dough·빵을 만드는 반죽)와 순수하고 진한 토마토 소스 맛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죠. 확실히 다른 피자와 비교해 차별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파파존스와의 첫 만남을 회고하던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의 얼굴은 파파존스 피자를 처음 맛봤을 때의 감흥이 떠오른 듯 흐뭇한 미소가 가득 퍼졌다. 그를 마주보고 있던 기자의 입 속에서 살짝 침이 고일 정도였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맛은 사람들의 본능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법이다.

서창우 회장이 미국 3대 피자 브랜드로 명성이 높은 파파존스를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것은 2003년 7월 1호점인 서울 압구정점을 열면서다. 그는 바로 그 전년에 파파존스 본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사업권을 확보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가맹 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과 계약을 맺고 가맹 사업 운영권을 맡기는 방식을 말한다.

서 회장과 파파존스의 인연은 운명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다. 그는 과거 수출 기업을 운영하면서 해외 시장을 무대로 활동했던 부친에게서 처음 파파존스라는 피자의 존재를 들었다. 미식가였던 부친이 그에게 “파파존스 피자가 맛있으니 기회가 되면 먹어보라”고 권유했던 것이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처럼 서 회장 역시 젊은 시절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경험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서 회장이 파파존스 피자를 처음 맛본 것은 미국 파파존스 본사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한국파파존스 창립 이전에 한동안 외식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몇몇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미(在美) 교포 지인들로부터 파파존스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을 받게 됐다. 강한 흥미를 느낀 그는 얼마 후 직접 미국 켄터키 주의 파파존스 본사로 달려갔다. 파파존스 본사 분위기를 살펴보는 한편 파파존스의 피자 조리법과 피자 맛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때가 2002년 5월 무렵이었다.

그는 파파존스의 아시아 담당 이사, 국제 담당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석 부사장 등 세 명과 면담을 가졌다. 그 자리에는 파파존스 피자가 놓여져 있었다. 서 회장은 처음 접한 파파존스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첫 느낌은 도우가 무척 쫄깃쫄깃하다는 것이었다. 혹시 찹쌀 같은 재료를 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도우에 대해 막 물어보는 찰나에 등 뒤에서 경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우를) 제대로 잘 만들면 그런 맛이 납니다!” 서 회장이 고개를 돌리자 잘생긴 남성이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그는 존 슈내터 파파존스 창립자 겸 회장이었다.


파파존스 피자 처음 먹었을 때 맛에 반해
예고 없이 나타난 슈내터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대뜸 운을 뗐다. 그는 피자헛과 도미노피자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 피자 시장에서 피자헛, 도미노피자와 자웅을 겨루는 파파존스 역시 한국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전망을 가진 듯했다.

서창우 회장이 말한다. “존 슈내터 회장은 파파존스 피자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피자로만 가득한 듯했어요.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파파존스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파존스는 역사가 길지 않은 젊은 브랜드였지만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라는 기라성 같은 전통의 강자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위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파파존스의 성공 비결에 주목하면서 파파존스의 노하우를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파파존스 본사 임직원들과 마음도 잘 맞았어요. 그래서 파파존스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오기로 결심하게 됐죠.”

서창우 회장과 파파존스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200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체결됐다. 파파존스가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떼는 순간이었다. 한국파파존스 출범 초기에는 슈내터 회장이 한국을 종종 방문했다. 서 회장 역시 미국을 자주 찾았다. 두 사람은 두터운 교분을 나눴다. 슈내터 회장은 자신의 궁궐 같은 대저택에 서 회장을 초청한 적도 있고, 서 회장의 미국 내 여정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를 여러 차례 내준 적도 있다고 한다.

파파존스는 ‘더 좋은 재료, 더 맛있는 피자(Better Ingredients, Better Pizza)’라는 슬로건을 기업이념으로 삼고 있다. 고객에게 가장 맛있고 뛰어난 품질의 피자를 제공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80년대 중반 출범한 후발주자임에도 단기간에 세계적인 피자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프리미엄 재료 사용’과 ‘엄격한 품질 관리’라는 양대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파파존스의 깐깐한 경영원칙은 세계 37개국, 4900여개의 모든 매장에서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파파존스는 기업 슬로건 때문에 소송에 휘말린 적도 있다. ‘(남들보다) 더 좋다’는 뜻의 ‘Better’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경쟁업체들이 상표권을 둘러싼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 법정 공방은 7년이라는 긴 싸움 끝에 지난 2002년 결국 파파존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파파존스는 미국 피자 업체 중에 유일하게 ‘Better’라는 단어를 광고에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피자의 주재료는 밀가루 반죽(도우)과 토마토 소스, 치즈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토핑 재료들이 다양한 맛을 내지만 피자의 기본적인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도우, 토마토 소스, 치즈다.

파파존스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진출 국가에서 저온 숙성한 도우를 사용한다. 최소 72시간 동안 4℃에서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파파존스 특유의 피자 도우가 만들어진다. 또 파파존스는 토마토 소스의 원료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엄선된 지역에서 재배한 토마토만을 사용하고 있다. 토마토 맛이 가장 좋은 시기에 수확해 그날 바로 가공 작업까지 마친다. 파파존스의 토마토 소스는 다른 재료를 일절 섞지 않고 신선한 토마토 그 자체만으로 만들어진다. 이밖에 파파존스는 순수 천연 치즈, 100% 소고기·돼지고기로 만든 미트 토핑(Meat Topping), 그리고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손질하는 신선한 야채 등을 재료로 삼아 뛰어난 맛의 피자를 제공하고 있다.


서창우 회장은 “한국파파존스의 모든 피자는 파파존스 본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다”며 “아울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치즈의 염도(鹽度)를 좀 낮추는 한편 일부 재료는 미국 본사보다 더 나은 것을 쓰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파파존스의 피자 메뉴 중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품목은 바로 ‘수퍼파파스’다. 고기와 야채 토핑이 듬뿍 올려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수퍼파파스는 파파존스가 처음 한국에 매장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13년 연속으로 판매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메뉴다.

흥미로운 것은 수퍼파파스라는 메뉴 명칭을 지은 사람이 서창우 회장이라는 사실이다. 수퍼파파스의 원래 명칭은 ‘웍스(Works·작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남미 등에서도 웍스로 통용된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서는 수퍼파파스로 불리게 된 것일까.


파파존스의 가장 대표적인 피자 메뉴인 수퍼파파스.
간판 메뉴 ‘수퍼파파스’ 이름 직접 작명
서 회장이 활짝 미소를 띠면서 사연을 들려줬다. “영어로 ‘웍스’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피자 메뉴 명칭으로 쓰기에는 너무 어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파파존스에서 ‘파파스(Papas)’를 따오고 굉장히 좋다는 뜻의 ‘수퍼(Super)’를 그 앞에 붙여 새로운 이름을 지어 슈내터 회장에게 제안했죠. 이유를 설명했더니 슈내터 회장도 수긍을 했습니다. 그 후로 파파존스가 새롭게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는 ‘웍스’가 아닌 ‘수퍼파파스’를 쓰게 됐죠(웃음).”

현재 국내 피자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파파존스를 비롯한 ‘빅4’ 브랜드가 프리미엄 피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피자 브랜드들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동네 피자집’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피자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울러 경기침체 여파는 피자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피자를 먹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저렴한 가격대의 피자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파존스는 충성 고객층의 지지를 버팀목으로 삼아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고 있다. 특히 파파존스는 1주일에 두세 번씩 자사의 피자를 찾는 마니아 고객층이 제법 두텁다고 한다. 서창우 회장은 향후 국내 피자 시장의 추세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국내 피자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피자는 이미 국내에서 치킨, 자장면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배달 음식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앞으로는 미국인들처럼 피자를 시켜 먹는 횟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언젠가는 피자가 모든 연련층이 즐기는 음식이 되리라 봅니다. 저는 70대 고령층도 피자를 즐기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봐요.“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파파존스 매장은 2016년 12월 기준으로 115개점이다. 이 가운데 약 40개 매장은 한국파파존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는 가맹점들이다. 115개 매장 전체가 거둬들이는 연 매출액은 약 550억원 규모다. 매장 한 곳당 약 5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서창우 회장은 향후 2020년까지 전국 매장을 250개로 늘리는 한편 연 매출 2,5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욕심을 부린다면 매장 수를 300~400개로 늘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파파존스 가맹점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권역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그는 가맹점 본사와 가맹점주가 상생할 수 있어야만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한국파파존스는 고품질 전략을 이어가며 장수 프랜차이즈로 성장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대도시 위주로 매장을 열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생활권 규모에 비해 입점률이 낮은 지역으로 신규 매장을 확대할 겁니다. 한국파파존스는 가맹점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진솔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중요한 정책을 펼칠 때는 항상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경청합니다. 저는 가맹점주들이 만족해야만 한국파파존스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본사 이익을 먼저 추구하기보다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우선시하는 건강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될 겁니다.”


[고객 입맛 잡으려 다양한 마케팅 활동]
한국파파존스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한 메뉴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2016년 2월 치즈 마니아 고객들을 겨냥한 ‘맥&치즈피자’라는 새 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맥&치즈피자는 마카로니와 치즈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출시 1주 만에 전체 판매량의 15%를 차지하는 대히트를 쳤다.

파파존스의 간판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13년 연속 판매 순위 1위에 빛나는 ‘수퍼파파스’다. 이밖에 ‘아이리쉬 포테이토’, ‘스파이시 치킨 랜치’, ‘존스 페이버릿’ 등이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파파존스의 대표 메뉴들이다.

한국파파존스는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공식 후원사로서 야구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으며, 크고 작은 온라인 이벤트와 문화예술 행사 등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또 고객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는 프로모션 활동도 펼치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제도로 매장 운영상황 점검]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의 경영철학은 ‘기본을 지키자’로 요약된다. 파파존스 본사의 경영원칙인 ‘프리미엄 재료 사용’과 ‘엄격한 품질 관리’를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장치로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으로 가장한 평가원이 각 매장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제도다. 평가원은 각 매장의 제품, 배달, 포장 등 다양한 요소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여기에서 8점 미만을 받은 매장에는 영업정지 및 재교육 등 페널티를 부과한다. 반면 10점 만점 매장은 포상으로 격려한다. 또 각 지역을 담당하는 ‘지역장’이 매주 1회 매장을 방문해 운영 현황 및 문제점을 점검하는 동시에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서창우 회장은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우선시하는 건강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은…
1958년생. 1982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 마이애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한국파파존스를 설립했다. 사단법인 한국유라시아포럼 이사장, 히딩크재단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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