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CIO의 삼성전자 딜레마...펀드성과 좌지우지하는데 추가매입? 차익실현? 보유?

■200만원 앞두고 '오너리스크' 악재 만난 삼성전자
"수익성·글로벌기준 판단 땐 바이 앤 홀드 전략을" 추천속
"최순실 사태로 타격 받으면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 조언
"비싸 더 사지 않는다...외국인 반응도 불확실" 신중론도

삼성전자 183만3,000원. 사상 최고가(194만원·지난 12일)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최저점(108만8,000원)보다는 68%나 높다. ‘사느냐 마느냐’를 두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검 이슈까지 겹쳐지면서 수백억·수조원을 움직이는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들은 더욱 깊은 번뇌에 빠졌다. 지난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시가총액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담았는지 여부에 따라 사실상 판가름 났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 삼성전자 비중(9월 말 포트폴리오 기준)이 큰 상위 20개 펀드의 최근 6개월(13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7.11%였지만 하위 20개 펀드는 2.86%에 그쳤다.

이들 상당수는 “여전히 오를 여지가 높다”며 ‘바이 앤 홀드(Buy&Hold·매수한 주식을 보유)’를 권하고 있지만 새로운 변수에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 상승론자’다. 허 부사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단기 시세보다는 시가총액, 수익성과 글로벌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258조원의 회사가 1년에 최소 30조원 이상, 즉 10%가 넘는 영업이익을 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기준금리(1.25%) 대비 10배 가량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17~20배에 비하면 높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바이 앤 홀드하라”는 것이 허 부사장의 조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허 부사장은 “돌발 악재가 아니고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른 CIO들도 대부분 삼성전자의 기초체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는 “업황이 좋아 삼성전자의 주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면서도 “삼성전자 분할과 관련된 이슈,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다소 변동성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산운용사 CIO는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이 몇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많이 비싸져 더 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투자의 대명사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는 지난해 주가가 160만원을 넘어서자 자신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밸류10년’ 펀드에 담았던 물량을 모두 매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사내 운용역 회의를 부쩍 자주 열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실적과 밸류에이션, 분할 성공·실패 시나리오에 따른 주가의 움직임부터 특검 조사의 영향까지 꼼꼼히 분석했다. 결론은 “삼성 주식을 그대로 갖고 가자”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올해처럼 반도체·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실적이 고르게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가 없었다”며 “최순실 이슈가 타격을 준다면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 대표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 전략을 수정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CIO는 특검 조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을 우려했다. 그는 “만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등이 확정되면 경영인의 도덕성 같은 사안에 민감한 유럽계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하다”며 가장 고민되는 지점을 지목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청구된 16일 외국인들은 10만7,367주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11월14일 이후 2개월여 만에 최대 순매도다.

한편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 주가는 222만5,625원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19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220만원, 장기적으로 270만원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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