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법정에서 최순실 씨와 조카 장시호 씨는 각자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재판에 집중할 뿐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엇갈린 진술을 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 재판장이 구속된 피고인들에게 첫 공판기일의 시작을 알리자 대기실에 있던 장시호(38)씨와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차례로 법정으로 들어왔다.

최순실 씨와 조카 장시호 씨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혈연관계인 피고인들이 재판을 시작하기 직전 잠깐이나마 인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장시호 씨가 최순실 씨의 것이라며 제2의 태블릿 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하면서 두 사람이 ‘진실 공방’을 앞둔 상황이다.

최순실 씨는 다른 재판 때처럼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았다가 취재진의 카메라가 촬영을 마치고 철수하자 옆자리에 있는 변호인과 귓속말로 대화했으며 장시호 씨는 긴장을 풀어보려는 듯 웃음기 띈 표정을 잠시 지었다.


장시호 씨는 재판장이 신원 확인을 위해 직업을 묻자 공소장에 기재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 대신 “가정주부”라고 대답했으며 재판장이 재차 공소장에 기재된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했지만, 장씨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시 재판장이 “전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이었던 것은 맞나?”라고 묻자 장씨는 다시 “아니다”라고 답해 자신의 직위를 완전히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김 전 차관은 자신의 직업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라고 말했다가 ‘현재 직업을 말하라’는 재판장의 지적을 받고 “현재는 교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과 그랜드레저코리아(GKL)에 압력을 행사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에 대해 최순실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전면부인했지만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이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는 태블릿PC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장시호 씨는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최씨와 공모해 삼성과 GKL를 압박해서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보조금관리와 사기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영재센터 자금 횡령에 대해서는 자백하고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박재영기자 pjy002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