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려고 하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등이 비난글을 적은 피켓을 든 채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교체’를 다시 꺼냈다. 더욱이 정치교체는 노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을 기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배신자’라는 친노(친노무현)계의 비난을 털고 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바른정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17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과 지역 시민들의 항의 시위에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오전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노 대통령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배은망덕한 기름장어’라는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반 전 총장은 유순택 여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35분간 대화를 나눴다. 권 여사는 반 전 총장에게 “우리나라의 귀중한 분이니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반 전 총장은 대화 도중 “뉴욕에서는 어려우면서도 편했는데 한국에 오니 어려우면서 어렵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권 여사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은 늘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노 전 대통령 말씀처럼 공정한 사회와 변칙 없는 사회를 갈구하며 영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치교체는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 던진 첫 메시지였다. 이를 친노의 성지인 봉하마을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반 전 총장 측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봉하마을 방문 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009년 5월24일 스리랑카 방문 당시 현지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해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세월호 미수습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세월호 침몰 때 신속하게 대응했었다면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며 “세월호 인양이 조속한 시일 안에 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