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실상 시작됐는데…의혹과 음모만 갖고 매도 안타까워” 평창 조직위원장의 하소연

“타깃은 됐지만 잘못된 계약 없었다”
다음 달 9일로 개막 1년 앞둬, 성화봉 공개·입장권 판매 개시

최순실이 스위스 누슬리사를 끌어들여 이권에 개입하려 했던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장. 대림건설이 공사를 맡아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평창 조직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음모가 있었고 타깃은 됐을지언정 실제로 이뤄진 것은 분명히 없습니다. 이제는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17일 강원 평창의 한 호텔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신년 기자간담회. 1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 자리에서 이희범(사진) 조직위원장은 “최근의 정치적 상황에 휘말리고 있다는 보도에 지난 몇달간 계속 시달려왔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들(최순실 일가)이 한탕 하겠다든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접근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계약에 이른 것은 일절 없었다”고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은 최순실 측이 수천억원대의 개폐막식장 등 경기장 시설공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측의 이권개입을 막아섰던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이 지난해 해임됐고 조직위는 앞서 때아닌 특별감사를 받아야 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조 전 위원장이 옷을 벗자마자 지난해 5월 후임 위원장으로 부임했다. 일각에서 이 위원장의 부임 과정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전임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퇴했는지도 당시에는 몰랐다. 위원장직도 고사하다가 받아들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올림픽 시설공사 등의 계약을 모두 살펴봤지만 (최순실 측의) 비리가 개입된 잘못된 계약은 없었다. 얼마나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데 의혹과 음모만 갖고 매도당하는 게 안타깝다”며 “지난해 11월 테스트이벤트(사전점검 대회)로 올림픽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공개최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라고 읍소하다시피 했다. 개폐막식 대행사로 삼성 계열인 제일기획이 선정된 데 대해서는 “조직위가 아닌 조달청이 선정한 것이고 평가과정에서 8대0의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뒀지만 최순실 사태 탓에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는 조직위는 기업 후원금 모금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 후원은 조직위 목표수입 중 38%(9,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금액은 8,410억원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제로’인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후원이 평창 올림픽의 아킬레스건이다. 주거래은행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최근 입찰을 시작했을 정도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입찰에 나선 기업이 많지 않다. 다음 달 3일인 마감에 임박해서는 상당수 기업이 몰리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9일이면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정확히 1년을 남긴다.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행사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G(게임)-1년 기념행사에서는 성화봉과 성화봉송 주자의 유니폼이 공개되며 공식 카운트다운이 진행된다. 대회 입장권도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앞서 2월1~3일에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장 회의도 열린다.

이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이후 2020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그 어느 대회보다 훌륭하게 치러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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