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장. /사진제공=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하고 책임자인 김창원(사진)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신탁 관련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200여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신탁연금그룹을 총괄하는 김창원 신임 그룹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화·저출산으로 신탁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1인 가족 확대 등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을 세밀하게 살펴 맞춤형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금융사 중 처음 주인의 사망 뒤 홀로 남게 될 반려동물의 부양을 위한 ‘펫(pet) 신탁’을 내놓았다. 신탁연금그룹 상품개발팀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사례를 연구해 선보인 첫 작품이다. 김 그룹장은 “일본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교육자금을 물려주는 신탁 상품도 활성화된 상태”라며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도 교육자금 신탁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신탁연금그룹을 확대 개편하며 윤 회장은 김 그룹장에게 직접 “신탁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니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로 얻는 수익) 중심의 수익구조를 신상품 수익사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또 김 그룹장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하는 주가연계신탁(ELT)으로의 상품 판매 쏠림 현상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신탁보수 중 상당 부분을 ELT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ELT 쏠림 현상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김 그룹장은 “국민은행은 이미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등 여러 금융자산을 편입하는 신탁 상품군을 갖춘 상태”라며 “같은 ELT라고 하더라도 다른 구조의 ELS를 담도록 하는 등 계속해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신탁업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면서 발표한 홍보·광고·비대면 가입 규제 완화 방안에 환영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추가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그룹장은 “이른바 ‘100세 시대’인데 고령의 부모가 자녀와 손주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할 때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민구·조권형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