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5일 오후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두번째 공판에서 그는 ‘청와대 비밀누설’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게 공무상 비밀문건을 넘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이날 법정에 섰다.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말씀자료와 외교상 기밀문건 등을 최씨에 전달하며 약 2년간 2,092회에 달하는 문자메시지와 통화를 주고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일 하루 3번 이상 긴밀히 의사를 주고받은 셈이다.
그는 최씨에게 문건을 넘겨준 이유가 “대통령께서 일하시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 주장한 반면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도 “정 전 비서관 본인은 이게 과연 공모가 되는 지 고민이다.법원에서 잘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서울경제썸이 이날 정 전 비서관 2차 공판을 ‘말말말’로 정리했다. 정 전 비서관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6일 오후에 열린다.
#. “대통령께서 최씨 의견을 물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정 전 비서관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검찰 진술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시인한 것이다. 그는 “사실 대통령께서 최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말씀하신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건건이 ‘이것 저것 보내라’고 지시한 건 아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선 정 전 비서관이 ‘공범’으로 적시된 박 대통령에 대해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태블릿PC에 저장된 문건은 내가 최씨에게 보낸 것이 맞다”
그는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에 담긴 문건에 대해 본인이 보낸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최씨는 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정 전 비서관이 이를 확인해준 것이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정 전 비서관의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PC에 저장된 문건은 내가 최씨에게 보내준 게 맞고, 최씨 외에는 그런 문건을 보내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최씨가 의견을 주면 대통령께 그대로 보고했다. 최씨의 의견을 반영할지 말지 최종 결정하는 건 대통령 몫”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께서 국정운영 함에 있어 무언가 잘 해보려고 한 것”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국정운영 하시는 데 있어서 무언가 잘 해보려고, 본인이 조금이라도,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해보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저 역시 대통령께서 일하시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며 “공모해서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가슴이 좀 아프다”고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변호인도 “본인은 이게 과연 공모가 되는지 계속 고민이다, 사실관계를 그 정도로 인정했으니 법원에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검찰 “정 전 비서관과 최씨, 약 2년간 2,092차례 연락”
한편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2013년 11월까지 약 2년간 2,092차례 연락했다는 통화 녹음파일 등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중 문자가 1,197건, 전화는 895건이다. 검찰은 “최씨의 태블릿PC 이메일 수신내역 일시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발송일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서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공용 이메일 계정에 발송한 직후 최씨에게 ‘보냈습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 검찰 “대통령 연설문이 종종 비문으로 발표...최순실 작품”
검찰이 공개한 청와대 전·현직 근무자들의 또다른 진술에 따르면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정호성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설문이 어법에 어긋난 비문으로 발표된 사례가 종종 있어서 이의제기한 바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윤전추 행정관도 “최씨가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표를 보유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도 확인됐다. 검찰은 “최씨가 청와대 비밀 문건을 받아봤다는 혐의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