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너의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외화 ‘라라랜드’가 나란히 누적관객 3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 돌풍의 비결은 ‘웰메이드’ 멜로 영화에 대한 갈증에 ‘첫사랑 코드’, ‘순수한 시절’에 대한 동경 등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4일 개봉)’은 누적관객 268만 명,‘라라랜드(2016년 12월7일 개봉)’은 295만 명을 각각 돌파했다.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300만 돌파가 무난할 듯하다. 이 작품은 서로 몸이 뒤바뀌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소년과 소녀를 통해 사랑과 기적에 관한 메시지를 담았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의 장점인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돋보이는 가운데 사랑 이야기 이외에 재난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자세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동안 젊은 관객들에게 트렌디한 영상과 이야기로 사랑받았지만 주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과 인간,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그린 것이 이질적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의 정서를 무화하고 감동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토록 ‘너의 이름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카이 마코토 마니아’가 대거 극장으로 몰려들면서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극성 마니아를 칭하는 ‘혼모노’들이 극장의 민폐 관객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너의 이름은.’을 재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너의 이름은.’ 굿즈를 받기 위해 팝콘을 사고 먹지는 않고 쓰레기통에 몽땅 버리는가 하면, 상영 도중 대사와 노래를 따라 하는 등 비상식적인 관람 매너로 관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등 할리우드 대작이 100만명 가량을 간신히 동원하는 등 고전하는 가운데 멜로 영화 ‘라라랜드’는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꿈을 꾸던 시절의 낭만을 소환한 것이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이한 부분은 여성 관객보다 남성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사랑에 대한 아릿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남성관객들이 ‘건축학개론’을 떠올릴 정도로 충분히 감성을 이입할 만한 대상이지만, 꿈도 사랑도 이룬 미아(엠마 스톤)에 여성 관객들은 그다지 공감할 포인트가 없다는 것. 정 평론가는 “첫사랑의 공식은 ‘이루지 못함’인데 ‘라라랜드’에서는 여자 주인공은 첫사랑으로 볼 수 있는 세바스찬을 잊고 성공하고 결혼까지 했다”며 “그에 비해 세바스찬은 엠마를 잊지 못한 듯 엠마와 설계했던 카페를 꾸리며 예전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남성 관객들의 ‘첫사랑’ 정서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