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 맺은 해외 제약사만 30여곳”…개방형 혁신의 장인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30여개 해외기업과 신약개발 등 파트너십 유지
항체·약물 연결 '링커' 기술 독보적 경쟁력 구축
그람 음성균 항생제도 개발...中 등 글로벌진출 가속

신약개발업체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용주(사진) 대표는 업계 동료·후배 사이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다. 지난 1991년 LG생명과학 재직 시절 세파계 항생제를 개발해 우리나라 최초로 신약물질을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기술 이전한 ‘신약 1세대’임에도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LG생명과학 재직 시절까지 합치면 바이오업계 경력이 30년을 넘고 나이도 환갑인데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까마득한 후배에게도 거리낌 없이 의견을 구한다”(바이오업계 한 관계자)

“기본적으로 결단력이 강하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이 타당하다고 보이면 결정을 고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레고켐의 한 관계자)


개인 성향은 회사 경영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레고켐은 바이오업계에서 개방형 혁신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다. 최근 3년간 해외 제약사와의 미팅 건수만 300회 이상이고 실제로 공동개발·연구 등 파트너링을 맺은 회사는 30곳이 넘는다. 김 대표는 18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를 정확히 알고 부족한 부분은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신약 개발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다 같이 잘되자’는 자세로 협업하면 어려울 게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3개 회사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새로운 협업 실험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활발한 협력은 기본적으로는 레고켐이 높은 기술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의 핵심 자산인 ‘항체·약물 접합(ADC)’ 기술은 종양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항체치료제와 항암 효과가 뛰어난 화학약물을 결합해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인데 레고켐은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다. 최근 일본 제약사 다케다가 레고켐과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다케다는 세계 15위권의 글로벌 제약사로 항체 분야 등 기술력이 뛰어나 레고켐과의 협업에서 획기적인 신약이 탄생하리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녹농균 등 ‘그람 음성균 슈퍼박테리아’에 효능이 있는 항생제도 기대주다. 그람 음성균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잠재적 시장 규모가 80억달러(약 9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는다. 레고켐은 주요 음성균 2개에 듣는 항생제를 개발 중인데 미국 항생제 전문가들과의 조인트벤처라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모델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물질인 베타락타메이즈(BLI) 저해제도 개발하고 있는데 향후 항생제와 결합시키면 주요 음성균을 4개까지 잡을 수 있다”며 “이는 전 세계에서 최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람 양성균 항생제는 최근 중국 제약사에 기술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포함 240억원에 기술 수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신약 임상 시험과 사업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며 “ADC 분야에서 2~3건의 기술 이전이 기대되고 올 하반기 ADC 적용 위암·유방암 치료제는 중국에서 임상 1상, 그람 음성균 항생제는 글로벌 임상 1상, 그람 양성균 항생주사제는 국내 임상 2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아직도 신약을 공부하고 개발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드러냈다. 그는 “1983년 LG화학 입사하면서 최남석 당시 연구소장을 모셨는데 그 분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최 소장은 국내 신약 기술이 일천하던 80년대에도 남들 하는 거 할 생각 말고 신약을 개발하라고 가르쳤고 만날 때마다 ‘What’s new?(새로운 것이 있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지만 우직하게 신약 개발에 매진해 세계적인 제약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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