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비밀 누설은 인정, "박근혜가 지시한건 아니다" 공모 혐의 판단은 재판부에 맡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8일 ‘비선실세’ 최순실 씨(61)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개별문건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건 아니다”라며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한다”고 직접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이 밝힌대로 최 씨에게 47건의 문건을 전달한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법률적 개념과 별개로 일반인들 시각에서 공모라는 것은 둘이 계획적으로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최 씨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하라고 한 말씀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건건이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는데 있어 좀 더 잘해보려고, 본인이 한마디라도 더 확인해보고 싶은 차원에서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

그러면서 “저 역시 대통령이 일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뿐이다. 그런데 공모를 했다고 하니까…”라면서 “사실 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고 그런 측면이 있다. 고민을 했는데… 이걸로 말을 마치겠다”고 전했다.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도 “직무상기밀누설 혐의는 당연히 인정한다”며 “다만 대통령과 공모했거나 지시를 받았다는 부분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말씀자료’ 등 문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7건의 개별문건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큰 틀에서 박 대통령 뜻에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고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모가 되는지 여부는 계속 고민이 있었다. 본인이 사실관계를 그 정도로 인정해서 법원이 판단해주셨으면 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의 검찰 피의자신문 조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은 정부 초기 최 씨 의견을 들어보라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행정부 장·차관, 감사원장, 국정원장 등 고위직 인선 자료 등의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했다”며 “나머지 문건도 박 대통령 뜻에 따라 포괄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 최 씨로부터 받은 도움 때문에 박 대통령은 최 씨를 무한 신뢰했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의사결정 전에 최 씨 의견을 확인해 반영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행정부 및 공공기관장 인선안, 행정부 및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 해외순방일정표 등 180여 종 청와대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 팩스 등을 통해 최 씨에게 유출하고 그 중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47건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