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캘리포니아 커먼웰스 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점진적 축소가 타당하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동료들과 매년 2∼3회의 기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응조치인 제로금리를 끝냈으며 지난해에도 12월에 한 차례만 금리를 올려 미 기준금리는 0.5~0.75%에 맞춰져 있다. 옐런은 “오는 2019년 말 기준금리가 3%에 근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옐런 의장은 지금 같은 미국의 경기 확장세 때 금리를 너무 늦게 올릴 경우 “지나친 물가 상승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개별적 또는 동시에 발생하는 좋지 않은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그러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수밖에 없게 되고 이 때문에 경기가 새로운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모든 지역과 산업에 걸쳐 기업들이 올해 성장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면서 “고용시장의 호황 역시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지북에서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어느 정도 강화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었고 임금 상승 압력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커지고 있다”면서 “제조업체들의 매출 증가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단적으로 미국 경기에 대해 “완만하게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도 1년 전에 비해 2.1% 오르며 2014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넘어선 것으로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EC) 물가지수까지 2%에 근접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에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신정부가 출범하며 경기부양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긴축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옐런 의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이날 “연준은 공공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를 개혁하던 1913년에 설립됐다”며 출범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의회와 백악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세운 역사가 있다”면서 “미국 경제에 가장 적합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가 1% 수준에 이르면 그때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보유채권을 매각하거나 재투자에 나서지 않는 2차 긴축을 시사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재정부양 정책은 연준의 자산매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