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면접은 이날 오후3시부터 최 전 사장, 위 사장, 조 행장 순으로 약 50분씩 진행됐다. 유일한 전직 인사인 최 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설립준비실장을 맡아 실무를 이끌었고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는 조흥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합병을 진두지휘한 만큼 신한 내에서 화합의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인물이다.
위 사장은 은행 부사장 시절 현재 신한은행의 핵심 먹거리인 복합점포(PWM)를 만들었고 신한카드 사장으로 옮긴 후에는 빅데이터 센터를 업계 최초로 만드는 등 핀테크 부문에서도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통상 지주에서 금융 전체 멤버십 플랫폼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달리 카드에서 판(FAN) 브랜드를 고안해 그룹으로 확대한 것도 위 사장의 작품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조 행장은 2015년부터 신한은행장을 맡아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으며 써니뱅크 출범과 스마트근무제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아울러 행장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감각과 신한BNP파리바 전 사장으로 자산운용 부문의 경험, 이 밖에 특정 계파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누가 선출되든 신한금융을 이끌 역량은 충분하다는 것이 금융권 인사들의 전반적인 평가인 가운데 포스트 한동우호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2011년 2월 한동우 회장이 신한금융 특별위원회를 통해 선택될 당시는 신한 사태를 종결짓고 내분 사태로 손상된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는 과제가 우선이었다면 차기 회장에 대한 요구는 보다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한 회장이 연임을 통해 조직 추스르기와 견조한 실적을 모두 이뤄냈고 여기에 ‘따뜻한 금융’이라는 이미지까지, 그룹의 새로운 기틀을 닦아냈다면 차기 회장은 ‘1등 신한’에 걸맞은 먹거리 창출과 뚜렷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두 가지 화두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다.
이미 한 회장이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진출 등 글로벌 과업을 이룬 상황에서 차기 회장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벨트’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제2의 신한베트남’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진출에 10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이미 씨앗이 뿌려진 만큼 신한베트남과 같이 실제 수익을 가시화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신한베트남은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은행과 카드를 쌍두마차로 써니뱅크·디지털키오스크·판클럽 등 큰 틀은 이미 마련됐고 이를 계열사 간에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신한금투와 신한생명 등까지 포괄해 디지털 부문의 ‘원 신한’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에 업계 1위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신한금융은 주요그룹사 5곳 중 은행과 카드 1위, 금융투자와 생명 역시 전업계를 제외하면 관련 업종 중 수익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이 구축한 비은행 강화라는 포트폴리오를 보다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등 금융사뿐 아니라 비금융 부문과도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다. 경쟁자인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증권 부문에서 신한금투를 앞섰을 뿐만 아니라 수익 부문에서도 맹추격이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회장이 신한 사태로 상처 받은 조직을 다독거리고 정열하는 등 과제가 명확했다면 차기 회장에게는 답안지 없는 시험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리딩금융을 확고히 해야 하는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졌다”면서 “이미 갖춰진 글로벌과 디지털 금융의 기반 위에서 이를 정교화해 새로운 동력을 구축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