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위쪽)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5차 공판에 미르· 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모금하는 데 중간 역할을 했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재단 설립과정에 대해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재단 설립 추진은 모두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이뤄졌고 그 뒤에는 박 대통령(VIP)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안 전 수석에게서 30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 재단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급하게 전화해서 ‘재단을 설립하려 하니 청와대 회의에 전경련 직원을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르재단이 정확히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곳인지 몰랐지만 청와대에서 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재단 기금 규모가 애초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 것도 안 전 수석의 지시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주말에 전화해 “VIP가 300억원이 적다, 500억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검찰이 “VIP가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지칭하고 (그렇게) 이해를 했다”고 답해 재단 설립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기도 했다.
재단 설립이 문제가 되자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여러 차례 허위진술을 요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국감에 출석할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기업들이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는 취지로 말해달라고 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그랬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대답했다. 이어 “어떨 때는 국감이 끝난 뒤 안 전 수석이 ‘잘했다’고 연락하기도 했다”며 “청와대 국감을 앞두고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에 관해 진술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전경련 차원에서 말하라고 지시해 진술할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로 가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허위진술을 종용하는 안 전 수석의 메모도 공개됐다. 이 부회장이 안 전 수석의 전화를 피하자 검찰 조사를 받기 전날 직원을 통해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문제없으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적힌 메모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 변호인이 두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출연이 안 전 수석과 대통령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말에 이 부회장은 “청와대 지시가 없었다면 재단은 안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대통령의 개입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진술을 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