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관련 신생기업들이 테크 기업으로 새단장하며 성장을 꾀하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생필품(consumer packaged-goods) 또는 CPG라고 알려진 이 분야에서 막 자리잡기 시작한 기업가들은 최근 자시들이 올인할 더 좋은 먹잇감을 발견했다. 바로 기술이다. 칫솔회사를 급성장하는 유망 테크 스타트 업으로 포지셔닝하면 벤처 캐피털 투자가 증가하고 기업 가치는 상승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기술적 과장과 영광-신생기업의 ‘달콤한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모펀드회사들은 보통 투자금의 두 배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보장받고자 한다. 그러나 벤처 기업들은 수익을 100배로 늘려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그 과정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까지 있다’면 그건 보너스라 할 수 있다).
정작 제품에 기술적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해도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많은 신생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한 제품 판매-다른 말로 하면 기본적인 전자상거래-를 ‘뛰어난 기술적 역량’으로 포장하고 있다.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마요네즈 생산업체 햄프턴 크리크 Hampton Creek의 공동 창업자 조시 테트릭 Josh Tetrick 같은 인물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마요네즈 회사를 IT 플랫폼으로 부풀림으로써 ‘테크 기업으로서 가치평가’를 받고자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 에린 그리피스의 트위터(@eringriffith)나 포춘 홈페이지/붐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건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효과 있는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햄프턴 크리크를 비롯한 여러 신생기업들이 원하는 건 유니레버 같은 잠재적 인수기업들이 자신을 혁신적 테크 기업이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거대기업들(더 중요하게는 투자자들)이 그들 스스로의 존재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면, 차세대 기업의 도약을 막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할 테니 말이다.생필품 관련 기업이 고성장 테크 신생기업인 것처럼 활동하는 데에는 분명 위험성이 존재한다. 소프트웨어는 확장성(scalable)을 지니고 있지만 물리적인 상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사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스타일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햄프턴 크리크는 투자자와 파트너들에게 주목할 만한 성장동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사 제품을 매장에서 마구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회사는 이 매입이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속임수를 보면, CPG 기업은 단순히 테크 신생기업을 동경하는 기업 정도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러한 카테고리 안에서도 가치를 본다. 초바니 Chobani와 크록스 Crocs는 둘 다 트위터와 세일즈포즈 Salesforce보다 빠르게 10억 달러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던킨 브랜즈 Dunkin‘ Brands도 이베이와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Alphabet보다 높은 매출 총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초 유니레버는 1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달러 셰이브 클럽 Dollar Shave Club-면도기 생산 신생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1억 4,000만 달러를 올렸다-을 사들였다. 유니레버는 이 인수를 통해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이 장악한 시장에 진입했다. 회사는 가사용품 신생기업 어니스트 컴퍼니 Honest Co.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CPG의 테크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테크’ 신생기업으로 가득 찬 슈퍼마켓을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