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새회장에 조용병 행장] 공수만능 해결사.. 리딩금융 걸맞는 먹거리 만든다

‘제2 신한베트남’만들어 亞금융벨트 공고히 구축
은행·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디지털 ‘원신한’ 으로
전임 회장의 ‘비은행사업’ 정교화 작업도 과제로

기흥연수원에서 신입행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용병(앞줄 왼쪽 두번째) 신한은행장 /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는 안정적인 권력 이양을 선택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물 흐르듯 조용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처럼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조용병 행장을 ‘포스트 한동우’로 내정했다.

조 최종후보는 그룹 내에서 수비와 공격이 모두 가능한 ‘맏형 해결사’로 통하는 만큼 그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그는 지난 2007년 뉴욕지점장으로 부임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자금 조달 업무 등을 진두지휘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임원으로 전격 승진했다. 또 부행장 시절 신한의 글로벌 사업부를 재편하며 신한 글로벌 경쟁력의 토대를 만들었다. 2012년 영업추진그룹 담당 부행장 시절에는 경찰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지카드 ‘참수리카드’를 기관 영업의 전통 강자인 우리은행을 제치고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은 조용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됐지만 조용병 최종후보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2011년 2월 한동우 회장이 신한금융 특별위원회를 통해 선택될 당시는 신한 사태를 종결짓고 내분 사태로 손상된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는 과제가 우선이었다면 차기 회장에 대한 요구는 보다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한 회장이 연임을 통해 조직 추스르기와 견조한 실적을 모두 이뤄냈고 여기에 ‘따뜻한 금융’이라는 이미지까지, 그룹의 새로운 기틀을 닦아냈다면 조 최종후보는 ‘1등 신한’에 걸맞은 먹거리 창출과 뚜렷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두 가지 화두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다.

이미 한 회장이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진출 등 글로벌 과업을 이룬 상황에서 차기 회장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벨트’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제2의 신한베트남’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진출에 10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이미 씨앗이 뿌려진 만큼 신한베트남과 같이 실제 수익을 가시화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신한 베트남은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은행과 카드를 쌍두마차로 써니뱅크·디지털키오스크·판클럽 등 큰 틀은 이미 마련됐고 이를 계열사 간에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신한금투와 신한생명 등까지 포괄해 디지털 부문의 ‘원 신한’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에 업계 1위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신한금융은 주요그룹사 5곳 중 은행과 카드 1위, 금융투자와 생명 역시 전업계를 제외하면 관련 업종 중 수익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이 구축한 비은행 강화라는 포트폴리오를 보다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등 금융사뿐 아니라 비금융 부문과도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다. 경쟁자인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증권 부문에서 신한금투를 앞섰을 뿐만 아니라 수익 부문에서도 맹추격이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회장이 신한 사태로 상처 받은 조직을 다독거리고 정렬하는 등 과제가 명확했다면 차기 회장에게는 답안지 없는 시험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리딩금융을 확고히 해야 하는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졌다”면서 “이미 갖춰진 글로벌과 디지털 금융의 기반 위에서 이를 정교화해 새로운 동력을 구축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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