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 여부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민주주의 이념을 해치는 ‘중대 범죄’라며 공세를 펼치자 변호인은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한 수사’라며 맞불을 놓았다.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20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오전10시께 법원에 도착했다. 특검 수사관들과 동행하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들러 법원에 도착한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여전히 모르느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7분 뒤 법원에 출두한 조 장관도 ‘공직자로서 국민과 문체부 직원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블랙리스트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 말 대신 침묵으로 답했다.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사에서 특검은 이용복(55·사법연수원 18기) 특검보를 중심으로 수사검사 2~3명을 투입했다. 특히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위배되고 헌법상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고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를 위해서도 신병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변호인은 “당사자들이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변론을 펼쳤다.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못한 점도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김경숙(62)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이 적합한지, 구속이 계속 필요한지 등을 법원에 심사해달라는 제도다. 김 전 학장은 건강 문제 등을 사유로 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21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에 대해서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성적 특혜를 주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